27일 한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뉴욕의 고국통신 판매업체들이 저마다 선물용 리스트를 홍보하며 본격 할인행사에 돌입했다. 22일까지 주문해야 27일 전에 한국에 도착한다고 한다.
선물 리스트를 보니 갈비/정육세트, 굴비/수산물세트, 제수용 과일세트, 한과세트, 웰빙 건강기능 상품 등 다양하기 이를 데없다. 더불어 그동안 중지되었던 1년 8개월만의 이산가족 상봉 재개 소식이 오랜만에 추석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지난 8일 8.25 합의 이행을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 끝에 내달 20~26일 금강산에서 남북 각각 100명씩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했다. 죽기 전에 혈육을 만나볼 꿈에 부푼 사람들은 아무리 기억은 흐려져도 그리움만은 오롯이 남아있다며 이산가족 상봉 재개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 이산가족 정보통합시스템에 의하면 1988년부터 올해 7월31일까지 이산가족으로 등록한 국내외 사람이 12만 9,698명, 이중 절반이 고령으로 사망했고 생존자 중 절반이상이 80세 이상이다. 상봉 신청자가 워낙 많다보니 9일 최종 상봉인원의 5배인 500명 1차 컴퓨터 선발에 떨어진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선정되지 못한 91세, 82세 노부부가 눈물을 닦으며 적십자 센터를 나서는 모습이 애잔하다.
사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한국의 부모형제, 친구들을 잘 못 만난다. 비행기 표만 사면 당장 오늘이라도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지만 신분 문제, 오고가는 경비와 선물비,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보니 수년, 많게는 10년, 20년이 되어도 못가는 사람도 있다.
한인사회가 막 형성되던 초창기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못 가보고 한밤중에 일어나 엄마, 아버지를 부르며 우는 사람도 많았다. 사는 게 뭐라고, 보고 싶은 마음 꾹꾹 눌러가며 그렇게 일해 돈을 모아야 하는가? 부모님이 늙어서 돌아가시도록 제대로 못 만나고 뒤늦게 부자 소리를 들어서 뭐 하는가.
추석맞이 고국통신 선물 리스트를 보니 우리의 가난했던 시절이 기억난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후반에는 밀가루, 쌀, 계란, 돼지고기, 찹쌀 등 허기를 채우는 물품이 인기였다. 1960년 대에는 설탕, 비누, 조미료 등 서민의 생활필수품이 인기였는데 특히 새하얗게 정제된 눈처럼 흰 설탕이 최고였다. 70년대에는 급속히 산업화가 진행된 시기로 식용유, 치약, 커피세트, 설탕과 조미료 세트, 어린이 과자종합선물센터가 기억난다. 화장품과 여성용 속옷, 스타킹세트, 전기밥솥, 가스렌지 등 가전제품도 인기였다.
80년대는 대중소비 시대로 접어들면서 넥타이, 스카프, 지갑, 벨트, 구두 상품권 등의 조금 고급스럽고 다양한 선물이 90년대에는 인삼, 꿀, 영지 등 건강기호식품과 골프, 헬스 기구 등 스포츠관련 선물이 등장했다.
2,000년대 들어 와인과 올리브유 등 웰빙상품이 인기더니 최근에는 최고급 와인에 갈비, 굴비, 전복, 홍삼 등 최고급 먹거리들이 꾸준히 나가고 있다고 한다.
추석선물 품목이 시대에 따라 변하듯 세월이 지나면서 사는 곳도 달라졌고 항상 같이 있을 것 같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하지만 14년 전 뉴욕에서 일어났던 9.11 대참사를 떠올려보면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멀리 있어도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는 만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최고의 추석선물은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들에게 거는 다정한 전화 한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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