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안하다. 언제나 나는 그랬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그게 나의 인생의 커다란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저녁 8시 뉴스 보다가도 잠에 빠진 적이 있다. 그러나 막상 일을 해야 하면 새벽 3시에도 거뜬히 일어난다. 새벽형 인간? 대충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그래서 인생이 성공적이었나? 그건 아닌 거 같다.
어릴적 친구들에게 우리집에 가서 놀자, 자고 가라고 하면 “야 니 집에 가면 뭐해 넌 일찍 자버리는 데....”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친구들을 불러놓고 먼저 자버리는 우를 수도 없이 범했다! 그런 내가 유용할 때가 가끔 있었는데 새벽에 기차역에서 만나서 먼 거리를 갈 때 내가 일번으로 가는 건 물론이고 새벽 4시경에 전화를 돌려 깨우는 역을 자랑스럽게 담당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놀러가서 새벽에 일어나 움직이면 친구들이 할머니처럼 덜거덕 거린다고 싫어했다.
시댁에 가도 남편과 어머니가 한참 말씀하시다가 “아가, 너는 졸리면 먼저 자라!" 하신다. 나는 미안해하지만 육신이 약하여, 먼저 잠자리에 든다. 그러면 남편과 어머니는 대화의 꽃을 핀다, 거의 밤새는 수준이다. 시댁에 갈 때마다 그랬던 거 같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그리 미안해 할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눈에 넣어도 안 아까운 아들을 밤새도록 독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린 것이다. 나의 단점의 효과적인 승화라고나 해야 할까? Win Win인 것이다!
아 생각해보니 신혼 여행에 슬픈 추억 하나가 생각난다. 나는 흥분되어 새벽 일찍 일어났다. 호주의 시드니로 갔기에 한 순간도 놓칠 수가 없었다. 새신랑은 나와 정반대인 올빼미형 쿨쿨 자고 있었다. 새벽 4~5시였던 것 같다!
나는 본전 생각에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근데 문제는 밤에, 저녁에 일어났다! 시드니에 갔으니 오페라에 문외한이지만 오페라 하나 보기로... 신랑에게 고귀하고 품위있는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었던 나는 시작한지 10분후부터 쏟아지는 졸음을 끝내 이기지 못하고 코까지 골면서 잔 듯하다. 툭툭 치는 손등을 느끼며 깨어보니 오페라는 끝났다. 나의 우아의 오페라도 끝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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