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날! 스치는 바람에 길가의 활엽수는 서로의 잎새를 비비며 사각사각 소리내어 가을을 재촉한다. 가을 잎새의 사각거림과 지나는 바람의 휘파람이 하모니를 이루고 잘 짜여진 한 편의 교향곡을 연주한다. 길가의 진한 갈잎은 정처없이 뒹굴며 나른한 오후의 적막을 깨우고, 시리도록 파란 하늘은 높기만 했다.
점점이 흐르는 하얀 구름이 누군가의 소식을 담아 내 가슴에 가득히 안긴다. 오후의 풍경이 정겹기만 한 가을 하루!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 했던가?
고향에선 지금 한가위 음식 장만에 분주하겠구나 싶다. 추석빔을 입고 햅쌀로 예쁜 송편을 빚고 토란국에 모듬전에, 풍성한 추석 상차림 앞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던 한국의 추석 풍경이 생생하다.
한국에서 나는 추석이 되면 가까운 지인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십수 일 전부터 전통 육포를 비롯해 강정, 모양떡 등을 만들고 포장하느라 정신없이 지내곤 했다. 그러나 미국에선 딱히 인사 드릴 지인이 없어 몸은 한결 편해졌지만 한국의 풍요로운 추석 기분을 만끽하지 못하게 되었다.
추석이 연휴도 아니고 미국과 무관한 한국 명절이지만 한인 커뮤니티가 Korean Thanksgiving Day를 축하하는 풍성한 거리 축제를 마련하고 즐긴다면 우리의 우수한 문화와 정체성을 알리는 기회가 될 텐데 교회를 중심으로 어르신들께 떡을 대접하는 정도가 전부인 듯싶어 아쉬움이 남는다.
금년 구정 때다. 우연히 KTVU(ch.2)를 틀었다. ”Chinese New Year”를 축하하는 퍼레이드를 생중계하고 있었다. 한두 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종일 계속됐다.
뉴욕을 연결해 그 곳에서 진행되는 퍼레이드도 소개하고 웰스파고, 맥도날드 등 많은 주요 회사들이 그 퍼레이드에 함께하고 있었다. 중국 커뮤니티의 저력이 새삼 놀라웠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미국인 대부분이 구정을 ”Chinese New Year”로 알고 있었다. 머지않아 추석도 ”Chinese Thanksgiving Day”가 되는 건 아닐까? 몇 안 되는 주변의 이웃들이지만 금년 추석에도 약간의 음식을 만들어 선물을 돌리려 한다. 그리고 “오늘은 한국의 추석이야!
Thanksgiving Day 같은 한국 최고의 명절이란다. 한국 풍습에 추석 땐 이웃과 음식을 나눠 먹어. 좋은 풍습이지!”라고 말할 것이다. 작년 추석에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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