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책’주춤하는 사이 매출 회복세 뚜렷…서점들 경영상태 호전
▶ 출판사들 유통구조 개선에 적극 투자
5년 전 출판업계는 종이책의 불확실한 미래에 따른 집단적 패닉에 빠져 있었다. 독자들이 새로운 디지털 기기로 옮겨가면서 전자책 판매는 치솟았다. 2008년과 2010년 사이에 무려 1,260%가 증가했다. 서점들은 소비자들이 온라인 구입을 하기 전 책 제목을 확인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종이책 판매는 급감했고 서점들은 고전했다.
출판사와 작가들은 값이 싼 전자책이 자신들을 집어 삼킬 것을 두려워했다. 2011년 보더스가 파산하면서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출판업계를 추적 조사하는 비영리 단체의 책임자인 렌 블라호스는 “전자책들은 치솟는 우주선 같았다”며 “모든 이들은 출판업계가 디지털 음악과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지털 대재앙은 일어나지 않았다. 최소한 아직은 그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2015년이면 전자책이 종이책을 넘어설 것이라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판매가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일부 전자책 독자들은 다시 종이책으로 돌아오고 있다. 혹은 디지털 기기와 책을 번갈아 손에 드는 하이브리드 독자가 되고 있다. 금년 상반기 5개월 동안 전자책 판매는 10% 줄어들었다. 지난해 전자책의 시장 점유율은 20% 정도였다. 수년전과 같은 수준이다.
전자책의 쇠퇴는 출판업계가 기술 변혁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음악이나 TV와는 달리 디지털 기술의 엄습을 잘 헤쳐 나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넷플릭스나 판도라 같은 기업들을 모델로 한 전자책 구독 서비스들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디지털 독서광으로 바꾸어 놓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서비스들은 문을 닫았다. 소비자들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면서 전자책 기기들의 판매도 급감했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도 종이책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이책의 놀라운 유연성은 많은 서점들에 활력이 되고 있다. 경기침체와 아마존으로부터의 경쟁으로 고전했던 독립 서점들은 부활의 조짐들을 보이고 있다. 미국서점협회는 5년 전 1,410개였던 회원 업소가 올해는 1,712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부분의 정체가 우리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과거보다 독립 서점들의 영업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다.
출판사들은 이런 추세를 호기로 만들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인프라와 유통에 큰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해쳇의 경우 지난해 인디애나 물류창고를 21만8,000평방피트 더 확장했다. 또 사이몬 앤 슈스터는 뉴저지 유통센터를 20만평방피트 더 확장하고 있다. 펭귄 랜덤 하우스도 물류창고 확장과 유통속도 개선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펭귄 랜덤 하우스의 경영자 마커스 돌은 “사람들은 종이책의 소멸을 말하며 그것은 시간문제라고들 했지만 50년, 100년 후에도 종이책은 여전히 책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출판사의 경우 종이책은 미국 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독림 서점들을 대상으로 2011년부터 매년 책이 가장 많이 나가는 11월부터 1월까지는 이틀 내 배송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해 오고 있다. 하퍼 콜린스 같은 대형 출판사들도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신속한 배송이 이뤄지면서 서점들은 초기 주문량을 크게 낼 필요가 없어지게 됐으며 결과적으로 반송도 10% 정도 줄어들었다.
펭귄 랜덤 하우스는 일부 대형고객들을 위해 데이터를 이용한 종이책 재고관리 방식을 개발했다. 프록터 앤 갬블이 생활용품 재고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방식을 본 딴 것이다. 이 출판사는 하루에 1,000만건 이상의 매출을 추적해 업소들에 어떤 책을 얼마나 주문하는 것이 좋을지 추천해 준다. 돌은 “아주 간단한 원리다. 선반에 책이 놓여 있어야 팔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텍사스 오스틴에 소재한 서점인 북피플의 경우 올 매출이 지난해보다 11%가 늘었다, 공동소유주인 스티브 버쿠는 가장 수익이 괜찮은 한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안정되고 출판사들의 유통구조 개선이 이뤄지면서 서점들의 경영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자책의 테러가 가라앉았다”고 덧붙였다.
전자책이 등장한지는 수십년이 됐다. 그러나 아마존이 킨들을 출시한 2008년 이전까지는 소비자들에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킨들을 비롯해 코보의 전자책 기기와 반스 앤 노블스의 누크 같은 기기들이 나오면서 전자책 독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손쉽게 즉각적으로 구입해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어필한 것이다. 이런 기기들이 선물로 오가는 할러데이 시즌이 되면 전자책 매출이 급증했다.
하지만 전자책 기기들이 유행에 뒤진 것이 되면서 두 자리, 세 자리 증가를 기록하던 전자책 매출 또한 급감했다. 지난해 판매된 기기는 1,200만개 정도이다. 2011년의 2,000만대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또 주로 이런 기기를 이용해 전자책을 읽는다고 밝힌 독자도 2012년 50%에서 올 1분기 32%로 떨어졌다.
이런 데는 전자책의 높은 가격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판사들이 아마존과 가격 협상을 하면서 전자책 가격결정권을 요구했으며 그 결과 전자책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13달러 하는 전자책과 페이퍼북 간에 가격차가 거의 없어지면서 종이책으로 돌아오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픽셀과 프린트 간의 전쟁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새로운 기기가 머지않아 또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독자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책을 읽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50달러짜리 새로운 태블릿을 선보였다. 이 기기가 많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아마존은 기대하고 있다.
종이책이 다시 돌아오고 있지만 세상이 너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물결이 끝났다고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출판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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