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공통점으로 함께 가야”


“통일 안 해도 잘 살았는데 왜 굳이 해야 하느냐는 분들이 계십니다. 통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주제가 아닙니다. 이제는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통일을 안 하면 우리는 몰락하고 맙니다. 통일은 더 이상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비전과 절박한 생존의 문제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해온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는 29일 열린 PNP 포럼 주최 ‘새로운 백년을 여는 통일 이야기’를 주제로 한 강연회에서 통일의 세계사적 절박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날 강연회는 페어팩스의 성 십자가 교회에서 법륜 스님이 참석자들의 궁금증에 답하는 즉문즉설 방식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법륜 스님은 먼저 남북의 통일을 위해서는 통일에 관한 부정적 마인드를 극복해야 하고 지도자들이 전 한반도적 사고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북한 때문에 안 된다, 남측이 분열돼서 안 된다, 보수세력 때문에 안 된다는 등의 부정적 생각이 통일의 장애가 되고 있다”며 “보수든, 진보든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견해가 달라도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같이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통일의 키와 역량은 남한이 갖고 있으나 지도자들의 의지가 부족하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오랫동안 남한 발전에만 골몰하다보니 북한을 포함한 큰 민족적 비전을 갖는 의식이 부족해 통일의 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륜 스님은 일본의 재무장과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에 대해 묻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한국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자위대의 한반도 군사개입은 어떤 일이 있어도 용납 않겠다, 우리 힘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가능성과 관련해 미군의 요청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륜 스님은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주창한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서도 현실성 없는 외교정책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균형자론은 우리가 힘을 가질 때, 동북아에서 중국과 미, 일 사이에 확실한 캐스팅 보트를 쥘 때 가능한 이야기”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괘씸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결국 친미정권이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또 통일과정에서 재미동포들의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미국 조야를 설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시민권자들의 경우 미국 정부나 의원들에게 편지나 메일을 보내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대한 역할을 촉구하고 통일이 미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득시켜야 한다”며 “한국 참정권이 있는 한인들은 통일을 지향하는 정부가 들어서도록 하는 게 통일운동”이라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1988년 설립된 수행공동체 정토회의 지도법사이자 사회활동 단체인 평화재단, 좋은벗들, JTS, 에코붓다의 이사장이다. 또 평화재단 이사장으로서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정책 연구 및 각 분야 한반도 전문가들 간의 활발한 교류의 장을 제공해왔다.
이날 강연회에는 PNP 포럼 윤흥노 대표를 비롯해 100명 가까운 한인들이 참석해 열띤 질의응답을 주고 받았다.
<이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