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의 마녀를 무너트리다
감격의 눈물일까, 아니면 기쁨의 눈물일까. 자기 몸보다도 커다란 우승컵을 안고 눈물을 글썽이는 젊은 여인이 있다. 아직은 소녀티가 채 가시지 않은 프로기사 입단 6년차 조혜연(18)이다.
그런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며 우승을 축하해주는 전년도 여류국수인 철의 여인 루이나이웨이(40)의 모습도 보인다. 2003년도 경주 힐튼호텔 특별 대국실에서 벌어진 제9회 한국 여자국수전 바둑대회 최종 결승전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일찍부터 바둑 천재소녀라는 소리를 듣고 어린이 바둑대회를 휩쓸었던 조혜연. 여성 최초로 11세 어린 나이에 조기입단한 후 낙후된 한국 여성바둑계에 돌풍을 몰아 금자탑을 세운 것이다. 모두의 기대를 모았던 그녀의 최초의 우승이며 6년 만에 이루어낸 여류국수 등극의 순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의 순간이 있기까지에는 많은 고난과 장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입단 후 6개월도 안되어 맞닥뜨린 커다란 장벽은 반상의 마녀라 일컫는 루이 9단이었다.
세계의 별로 떠돌다 한국기원에 정착한 그녀의 존재는 만리장성보다도 높은 장벽으로 그녀 앞에 놓여있었다. 남여 차별 없이 어디서든 신출귀몰의 기예를 뽐내는 루이 9단은 12살의 어린소녀였던 조혜연에게 모든 면에서 너무나 높은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나의 바둑스승은 루이 아줌마”
루이 9단을 아줌마라고 부르는 그녀는 루이는 선망의 대상이자 바둑스승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입단 후 처음으로 차지한 국수위 타이틀은 그녀에게는 너무나 값진 승리의 금자탑이었다. 처음으로 그녀를 무너트리고 첫 승을 거둔 것이다.
그녀는 그동안 많은 여류기전 타이틀전에서 정상을 향해 치달렸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달려가 보면 언제나 최정상에 철의 여인 루이 9단이 서 있었다. 입단 후 6년간 수없이 맞닥뜨린 대결. 최정상 도전만 6번이었다. 그러면서 늘 준우승의 고배만 들게 되고 눈물로 발길을 돌려야 했었다.
이제 여류 최고의 타이틀을 걸머쥔 그녀에게 그 누구도 거칠 것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만의 승리가 아니었다. 한국 모든 여류기사들의 쾌거라고 할 수 있었다. 세계여성바둑대회에서 바둑 변방으로 불리며 우승 한번 해보지 못한 한국여성 바둑기사들에게 출전의 깃발을 달아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당시 루이 9단은 한국에 거주하며 세계 여성바둑 랭킹 1위로 세계 바둑여제로 군림할 때였다. 이번의 국수전 승리는 어찌 보면 한국이 실력으로도 세계 최정상에 이르렀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 이후 한국의 여류기사들은 국제대회인 정관장대회 우승과 중국이 주최하는 국제대회 원앙부동산배 등에서 우승 을하며 기염을 토했다. 조혜연 9단 개인도 한국 국가 대표로 선발되어서 중국 광저우 아시아 체전의 정식종목으로 선정된 바둑대회에 출전하여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우승을 이루기도 했다.
-바둑 국제전도사
1985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난 조혜연 9단(31)은 동네 어린이 바둑교실에서 처음 바둑을 배우기 시작하여 일년 만에 어린이바둑대회에서 우승하고 바둑 천재소녀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책을 통하여 독학과 실전을 연마했다고 전해진다. 프로기사의 문하생이나 한국기원 원생으로 되어본 적은 한번도 없다고 전해진다.
학업도 충실하게 이루어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대학원에 재학 중인 재원이다. 영어실력도 대단하여 바둑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현현기경과 관자보 등 바둑고전을 영문으로 번역하여 책으로 만들어 세계에 보급하고 있으며 조혜연 바둑창작 사활집(5권)을 저술하여 영문판으로 출판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주한 미 8군에 영어 바둑강사로 나가고 있으며 국제바둑 보급에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는 1997년 11세에 입단해 여류 국수 우승 2회, 여류 명인 우승, 10단전 우승, 맥심배 2회 우승, 아시아체전 단체전 금메달 우승, 프로기전 500승 돌파 등을 이루며 한국바둑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choi1581@daum.net
풍운재 최환정(Charles Choi)
미국바둑협회(AGA) 공인 7단
워싱턴바둑동호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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