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에서 촉발된 디젤 승용차 배출개스 조작 파문이 아우디와 스코다 등 VW 계열사로 확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의 진행상황과 쟁점이 된 소프트웨어 조작 원리 그리고 자동차 업계 판도를 바꿀 반사이익의 방정식까지 폭스바겐 스캔들의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 본다.
▲VW 그룹 전체로 확대, 음모론까지 등장
VW 그룹계열인 아우디의 요한나 바스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서유럽에서 142만대, 독일에서 57만7000대, 미국에서 1만3000대 등 총 210만대에서 문제가 된 배기개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해당 모델은 A1, A3, A4, A5, TT, Q3, Q5 등 7종으로 VW의 다른 브랜드인 스코다도 연이어 “120만대가 조작 소프트웨어와 관련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튿날인 29일에는 VW 상용차 브랜드의 미니밴 등 180만대에도 조작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폭스바겐이 배출개스 조작을 시인한 1,100만대 가운데 브랜드와 차종이 확인된 것은 1,010만대로 집계됐다.
이 와중에 VW, 벤츠, BMW 등의 과장연비 논란까지 벌어졌다. 벨기에 환경단체인 ‘교통과 환경’(T&E)은 “폭스바겐 골프는 실제 주행 때 소모된 연료가 공식 연비보다 40% 정도 많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이번 기회에 아예 독일의 디젤 자동차를 죽이려는 미국 자동차 업계의 시도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돌고 있다. 미국은 테슬라와 구글 등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데 독일의 디젤차량 판매가 늘면서 성장이 정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나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달 20일 폭스바겐이 연비 검사를 편법으로 통과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EPA 주장의 골자는 “폭스바겐이 공식 연비 테스트가 진행 중일 때는 배출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실제 주행 때에는 꺼지도록 설정한 정교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일부 차량에 설치했다”는 것이었다.
해당 모델은 제타, 비틀, 골프, 파사트로 유해 배기개스 배출 저감 시스템의 효과는 실제 주행 때 크게 줄어드는 꼼수를 썼다는 주장이었다.
유해물질의 실제 배출량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폭스바겐의 소프트웨어는 실험실이나 시험 상황에서만 연비기준에 부합하도록 배출 통제 시스템을 조절했다. 실제 주행 때는 질소산화물을 연비 검사 때보다 최대 40배 많이 방출했다.
리콜차량이 배출하는 매연은 안전상 위험물질은 아니지만 공중보건 문제를 일으키는 오염물질 여러 종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EPA는 설명했다. 단, 문제가 된 모델을 운전하거나 판매하는 것은 여전히 합법이다.
▲조작, 어떻게 가능했나
일단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정교하게 조작된 소프트웨어 설치로 정기검사 때만 배기개스 배출량을 줄이는 꼼수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디젤차량은 개솔린 차량과 달리 정교한 엔진관리 소프트웨어와 센서를 조합해 배기개스 배출량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조절해야 한다. 그러나 배기개스 저감장치에는 대가가 따라 파워가 떨어져 가속에 방해를 주기도 한다. 주행 중 소음도 한층 커진다. 달리 말하면 개스 저감장치 사용을 제한하면 유해물질 배출은 늘지만 연비가 개선되고 소음이 줄어든다.
결국 연비가 뛰어나고 힘도 좋으면서 조용한 디젤 엔진 구동을 위해서는 더 많은 개스를 배출해야 하지만 폭스바겐은 조작된 소프트웨어로 개스 배출량을 속였다.
디젤 승용차의 인기가 낮은 미국의 규제 당국은 유럽에 비해 훨씬 더 엄격한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을 설정해 놓았고 미국시장을 공략할 목적으로 폭스바겐은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것이다.
폭스바겐이 잘못은 시인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기만했는지 밝히지 않으면서 문제의 소프트웨어가 정기검사 때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실히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일각의 분석에 따르면 가령, 핸들이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소프트웨어가 감지하면 배기개스 정기검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 개스를 저감시킨 것 아니냐고 추측하는 정도다.
▲최대 반사이익은 누구?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 CEO는 지난달 29일 야심작인 첫 전기차 SUV ‘모델X’를 출시하며 “지금은 (개솔린이나 디젤 등) 화석연료에 대한 미련을 접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2년 넘게 출시가 지연됐던 모델X의 가격은 13만달러가 넘지만 벌써부터 실리콘밸리의 부유한 환경주의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미 3만명이 넘는 예약자를 확보했는데 이는 테슬라가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모델S 세단의 판매대수 2만1,537대를 훌쩍 넘긴 수치다.
전기차의 급부상에 한국 기업들도 몸값이 치솟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LG 화학과 삼성 SDI는 글로벌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다.
르노 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최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현재 세계 최고의 배터리 업체는 LG 화학”이라며 “르노에 이어 닛산에도 LG 화학 배터리를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LG 화학은 GM과 포드, 르노, 아우디, 볼보, 현대·기아차, 상하이자동차 등 20여개 메이커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삼성 SDI도 럭서리카 브랜드인 벤틀리의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에 배터리를 공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고 BMW와 아우디, FCA, 마힌드라, 포드 등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에 비해 디젤 자동차 연비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를 받았던 현대·기아자동차도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그동안 연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들었지만 지금은 거꾸로 “현대차는 적어도 고객을 속이지는 않았다”는 호평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현대차 주가는 폭스바겐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 자동차 회사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가운데서도 3개월 최고가에서 거의 밀리지 않고 있다.
<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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