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토’라고 불리는 토요일 휴무제가 막 자리를 잡아가는 가을이었다. 격주로 쉬는 토요일에 회사로 끌려나온 직원들은 불만이 가득했다. 교복 자율화 시절 사복을 촌스럽게 입던 고등학생처럼 저마다 어색하게 자율복을 입고 회사 주차장을 출발해서 떠난 곳은 과천 경마장이었다. 한자를 한 글자도 쓰지 않는 즐겁고 유쾌한 스포츠 신문사 직원들이 맞이한 그해 가을의 토요일은 즐거웠다.
천원을 걸고 경마 배팅지에 색을 칠하며 소풍나온 아이들처럼 수다를 떠는 즐거움도 만끽해보았다. 날씬한 기수들이 올라탄 말들은 출발선상에서 발을 구르며 긴장을 유발했다. 출발은 한선상이지만 말들은 트랙의 안쪽으로 기선을 변경하면서 자기들의 숙명이 결승선상 앞에서 결정지어지듯 비장하게 달렸다.
선두를 향해 거친 숨을 쉬는 말이 입으로 뿜어내는 기운은 경기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내게도 긴장과 열정이 전달되었다. 경기를 뛰던 말들은 콧잔등부터 꼬리까지 일직선이라도 되듯 힘차게 달리며 세포 하나까지 남김없이 사력을 다했다. 그 기분을 가을이 오면 매번 느낀다. 학교를 졸업하고 슬슬 취업전선에 나오는 사회초년생들의 모습이 거기 출발선상에 서서 발을 동동거리던 모습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명석하며 총명한 사회초년생들이 새로운 사회를 향해 달려나갈때 그들의 목표가 1,800m 또는 2,000m의 경주가 아닌 것을 알려줄 인생의 등불이있었으면 좋겠다. 회사의 이름과 회사의 비전을 자신의 꿈과 희망 안에 넣고 학교에 다닌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성인이 맞이하는 인생의 현실 앞에서 나약해지는 후배들에게 해줄 결승선에 대한 정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경주선 상에 서서 뛰기를 기다리던 말처럼 너희는 아직 멋지고 희망차고 역동적이니 힘을 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하여 그들이 첫번째로 결승골로 들어오기 위해 몸부림치지 말고 순간순간 어떤 경기에서도 부상없이 사력을 다해보는 게 결국 승리하는거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들이 현실을 모르는 기성세대의 구태의연한 잔소리로 치부할까 싶어 말을 아끼게 된다. 운동장 트랙에서 내 트랙만 달리기 위해 한눈가리개를 떼고 주위를 돌아보며 달려도 인생은 크게 나쁘지 않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돌아보게 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