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네로’라는 노래가 1970년대 초 크게 히트했다. “그대는 귀여운 나의 검은 고양이/ 새빨간 리본이 멋지게 어울려…”라는 이탈리아 번안동요를 당시 여섯 살짜리 박혜령이 불러 대박을 터뜨렸다. 그 무렵 ‘도둑고양이(Alley Cat)’라는 피아노곡 팝송도 인기 있었다. 지금도 나는 로렌스 웰크 악단, 레이 커니프 합창단 등의 연주곡을 즐겨 듣는다.
출근길에 검은 고양이가 길을 가로질러 가면 온종일 재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괴기소설에도 고양이가 나온다. 남편에게 피살돼 지하실 벽속에 암매장된 안주인의 시체 머리 위에 앉아 며칠간 갇혀 있던 검은 고양이가 경찰이 집을 수색하러 왔을 때 벽 안에서 “야옹, 야옹”하고 울어대 살인범 주인을 쇠고랑 채우게 했다는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다.
자고로 고양이는 ‘영물’로 취급됐다. 옛날 시골에선 마을사람들이 초상집에 몰려가 아궁이와 굴뚝부터 막았다. 고양이가 집안으로 들어가면 누워있던 시체가 벌떡 일어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미신이 아니라도 고양이는 영물답게 10층 이상 높은 건물이나 나무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도 대개 멀쩡하다. 개가 떨어지면 십중팔구 죽거나 불구가 된다.
개와 함께 인류의 대표적 반려동물인 고양이가 사랑만 받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일 브레머튼의 한 주택가에서 한밤중에 도둑고양이가 온몸에 불이 붙은 채 나뒹굴다가 구조됐지만 화상이 심해 안락사 당했다. 장난삼아 고양이털에 불을 붙인 청년이 용의자로 체포됐다. 그에 앞서 브레머튼의 다른 곳에서도 공기총을 맞은 도둑고양이가 발견돼 안락사 당했었다.
요즘 한국에선 그와 정반대 엽기사건이 터져 떠들썩하다. 용인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도둑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던 50대 ‘캣맘(Cat-Mom)’이 누군가가 던진 벽돌을 맞고 사망한 사건이다. 예전과 달리 한국이 잘살게 되면서, 특히 자녀 없는 젊은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크게 늘어났고 그에 따라 도둑고양이와 유기견도 엄청 많아졌다.
이들 버려진 애완동물을 돌보는 ‘애니맘(Animal-Mom)’도 덩달아 늘어났다. 서울에만 3,000여명을 헤아리는 캣맘 외에 유기견들을 돌보는 ‘덕맘’도,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피존맘’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들 때문에 동물들이 꾀어 동네환경이 지저분해진다며 비난하거나 협박하는 앤티도 많아졌다. 인터넷엔 애니맘을 욕하고 야유하는 글이 꼬리를 잇는다.
캣맘들은 할 일이 없어서 도둑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게 아니라고 항변한다. 먹이를 주지 않으면 배고픈 고양이들이 쓰레기통을 헤집고 썩은 음식 찌꺼기를 거리에 흩으려놔 공중위생에 더 해롭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도둑고양이의 번식을 막기 위해 사비를 들여 이들에게 중성화수술까지 시킨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앤티들보다 선진화된 시민의식의 발로이다.
도둑고양이 문제는 미국에서도 심각하다. 전국의 동물보호센터에서 안락사 당하는 고양이가 한해 400만 마리에 이른다. 야성화된 고양이도 2,500만~6,000만 마리로 추정된다. 이들은 사람과 동거할 생각을 아예 버리고 들판이나 도심 거리를 떼로 몰려다닌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들을 ‘잡아 거세시킨 후 다시 방류’하는 이른바 ‘TNR’ 캠페인에 심혈을 쏟고 있다.
한국에서 동물보호 논쟁을 유발시킨 캣맘 피살사건은 ‘다행히(?)’ 철없는 소년의 장난질로 판명됐다. 한국의 동물보호 수준은 아직 멀었다. 한국에서 보신탕용으로 사육된 개를 살리려고 미국 동물보호협회가 103마리를 수입했고, 그 중 8마리가 에버렛 동물센터에 배정돼 다음 주중 입양절차가 이뤄진단다. 신문제목의 ‘한국’과 ‘보신탕’ 글자가 유난히 크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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