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실(연합감리교회뉴욕연회 여선교회장)
미국에 거주하는 미국 국적의 한민족은 “동포”라 불리고, 중국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의 한민족은 “조선족”이라 불리고 있다. 어학사전에는 “조선족이란 한족의 북한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북한 뉴스와 말이 금지되던 때에 한국서 살았던 내게는 조선족이란 단어에서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또 재미있는 것은 주로 옛 소련 지역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고려인”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들이 고려시대에 소련 땅으로 이주한 고려인들이 아니라, 1904년 일본이 러일 전쟁 이후 사할린 섬 남부를 점령하고 전시 상황에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려 한민족을 강제 징용하여 그 곳에 거주하게 했으니, 그들을 “조선족” 혹은 “조선인”이라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물론 역사적으로 더 명확히 하자면 조선시대는 1897년으로 끝나고, 1899년 말부터는 “대한제국”이 공식 명칭으로 1910년 한일병합 때 까지 쓰였다. 그 후 일본제국시대에는 일본인들이 한민족을 “조선인(조센징)”이라 불렀는데 본래의 뜻에는 인종 차별적인 의미가 없으나 어쨌든 한국인을 격하하는 단어로 쓰여졌다.
얼마 전 러시아 연합감리교회 여선교인들과 만나는 선교모임으로 모스코바와 쌍 페테부르그를 방문하여 “고려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한인 선교사로부터 한글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 고려인들과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한류 바람으로 “K Pop”을 배우려고 진지하게 한글을 배우는 러시아의 젊은이들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연합감리교회에서는 1996년부터 러시아를 “Eurasia Conference”라 부르고 전도와 선교를 하고 있는데, 이 conference의 최고 지도자인 감독으로 한국인 4세 Edward Khegay 목사가 3년 전 피선되었다.
카작스탄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에서 파송된 감리교 한인선교사의 영향을 받아 미국 신학교에 유학하여 유창한 영어와 약간의 한국어 실력을 갖고 있다. “허” 씨 성이 러시아어로 표기되며 “khegay”로 변형되었는데 45세의 젊은 나이에 약 20여년이라는 상당히 짧은 개신교 역사를 갖은 러시아에서 무척 분주한 목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
또한 모스코바에서 만난 한인 2세의 Andrei Kim목사 역시 미국에서 파송된 한인 선교사의 영향으로 연세 신학대학에 유학하여 유창한 한국어를 구수한 사투리가 섞인 아저씨의 말투인 것이 이색적이었다. 그의 부모는 사할린으로 징용되었던 조선인 이었는데 일본인들은 이들을 탄광, 군수 공장 등에서 혹사 시켰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며 사할린은 소련에 반환되고 일본인들은 본국으로 송환되었으나 조선인들은 방치 되었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은 이들을 송환할 여력이 없었고, 한국전쟁이후에는 소련과 적대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무국적자로 어려운 삶을 살았다. 대부분 경상도와 전라도출신인 이들을 북한에서 회유하기도 하였으나 대부분이 거부하였고, 1960-70년대를 거치며 일부는 소련 국적을 취득하기도 하였으며 현재 3만 여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민자로서의 삶은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고 새로이 개척해야 하는 도전이 따르게 마련이고, 이민지의 환경과 이민 1세들의 희생에 따라 2세, 3세들 또한 독특한 삶을 살게 된다.
이번 러시아와 미국의 한민족diaspora의 만남은 여러 면에서 흥미로 왔으며 다른 나라에서 뿌리를 내린 한민족 diaspora와도 교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감리교회 교인으로서 교감과 신앙으로 나누었던 시간들은 특별했고, 처음 만나는 관계 안에서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하나의 끈으로 엮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어 헤어짐이 더욱 서운했었던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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