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보건기구(WHO)가 햄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가운데 27일 퀸즈 한인마트의 가공육 코너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신력 있는 기구 발표 무시할 수 없어”
“아이들 뭘 먹이나...” 주부들 불안
마트•델리•정육점등 한산, 매출 악영향
“아이들이 워낙 햄과 소시지를 좋아해서 거의 매일 밥상에 올렸는데 영 찜찜합니다. 이제 먹지 말아야 하는 건지…”
한인 주부 정모씨는 “가공육 발암물질 뉴스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면서 “요즘 시대에 하나하나 따지면 먹을 게 없다지만 공신력있는 세계적인 보건기구의 연구 결과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소시지•햄•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의 섭취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본보 10월27일자 A1면> 한인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한인 소비자들 발암물질 공포 확산, 혼란
무엇보다 먹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한인 주부들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27일 오후 퀸즈 플러싱에 위치한 한인 대형마트의 가공육 코너에 만난 소비자들은 한결같이 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평일 오후인 탓도 있었지만 30분간 가공육 진열대를 지나는 고객은 10명 미만이었으며, 그 중 구입 고객은 단 한명도 없었다.
마트에서 만난 김모(베이사이드) 주부는 "햄과 소시지 등을 매주 정기적으로 대량으로 구입해 아이들 반찬은 물론 샌드위치, 핫도그 등도 만들어 먹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라면서 “당장 오늘부터 식단에서 가공육은 빼버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모(와잇스톤) 주부 역시 "많이 안 먹으면 괜찮다고 하지만 아무리 적더라도 발암물질 같은 걸 어떻게 먹겠냐“고 반문한 뒤 ”앞으론 먹을 일 없을 거 같다“며 가공육 코너에서 발길을 돌렸다.
정육 코너도 가공육 코너보다 사정은 좀 덜했지만 이번 파동이 있기 전보다 한산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닭고기를 구입한 장 모씨는 “가족들이 즐겨 먹는 소고기와 돼지고기까지 2A군 발암물질로 분류됐다는 소식에 고민이 아닐 수 없다”면서 “소식을 듣고 난 뒤 구입하려니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한인마트, 정육점, 델리가게 전전긍긍
가공육과 붉은고기 발암물질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자 한인 마트와 정육점, 델리가게 등 관련 업계 분위기는 살얼음판이다.
물론 한인들의 가공육을 포함한 육류 소비량은 서구인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큰 문제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소견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미 불신이 팽배해진 고객들의 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같은 예상이 말해주듯 당장 한인업계의 가공육 관련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가공육 발암물질 소식이 전해진 후 한인 마트와 델리가게의 가공육 관련 매출이 평소보다 약 30% 이상씩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인마트의 한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워낙 공신력 있는 기구가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가공육 관련 제품 구입을 꺼리고 있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미 육류업체 입장에서는 이번 WHO 발표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눈치는 믿지 않는 눈치여서 당분간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북미육류협회는 공식성명을 통해 "암은 단일식품이 아닌 복합적인 식습관과 원인들로 발생하는 질병“이라면서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발암물질로 규정한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고기와 암이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천지훈 기자>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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