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버클리에서 같이 교환학생을 하던 친구 J는 “내가 만약 남자라면 샌프란시스코 같은 여자랑 사랑에 빠졌을 텐데”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마음 설레게 하는 바람이 불고 바다로 둘러싸인 자유롭고 우아한 샌프란시스코는 확실히 여성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샌프란시스코에 대해 나는 그동안 팔짱 낀 관람객의 자리에 머물러왔다. 샌프란시스코라는 공간을 충분히 탐구하고 애정을 쏟기엔 아무래도 나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이 벅찼기 때문이었다.
지난 2년 간 나는 거주지를 옮겼고 결혼을 했고, 예쁜 딸의 엄마가 되었다. 짧은 시간동안 아내와 엄마라는 역할의 한 가운데에 서고 나니 아무래도 내가 찬탄을 보내는 대상에 그에 합당한 애정을 보이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더 적극적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알아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아기가 5개월에 접어들면서 조금 더 외출이 편해진 탓도 있고, 최근에 읽은 어떤 책 때문이기도 한데, 늘 그렇듯 이유는 이유일 뿐이고 중요한 건 마음이 때맞춰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고립된 섬 같은 육아에서 탈출하기 위한 발악인 것 같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낯선 골목을 누빌 기대에 설레기도 한다. 여행지가 아닌 삶터를 인생의 동반자랑 여행하는 건 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일상에서든 여행지에서든 다들 Bon Voyage(즐거운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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