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지역에 거주하는 60대 후반의 한인 이 모씨는 요즘 잠을 못 잔다. 수년전 비즈니스를 접고 은퇴해 아내와 종일 집에 있게 된 후 아내의 보이지 않는 냉대와 무시, 구박이 심해졌기 때문. 요즘은 아예‘투명인간’ 취급을 한다. 아내 눈치가 보여 찬밥에 물을 말아 혼자 밥을 먹는 때도 많다. 이 씨는 스스로 ‘아내는 마님, 난 종놈’이라고 생각하며 참고 지내지만 매일이 지옥이다.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50대의 김모씨는 요즘 이혼을 고려 중이다. 지난 해 부터 비즈니스가 어려워지면서 부부간의 싸움이 잦아졌다. 아내는 화가 나면 언성을 높이며 쌍욕을 하더니 급기야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했다.
툭하면 욕·발길질...“아내가 무섭다”
‘가정폭력’ 하면 흔히 매 맞는 아내를 떠올리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요즘은 폭력을 행사하는 아내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남편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주먹으로 맞거나, 발로 채이거나 던진 물건에 맞는등 신체적 폭력을 당해도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워싱턴 가정상담소 모니카 이 카운슬러는 “배우자로부터 정서적, 언어적, 육체적 학대를 당하는 한인 남성들이 의외로 많지만 ‘못난 놈’이라는 사회적 편견으로 웃음거리가 되기 쉽기 때문에 남한테 말도 못하고 끙끙 앓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한인사회의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남성들은 정서적·언어적·육체적 폭력을 당해도 이를 쉽게 드러내지 않으므로 피해 사례는 실제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12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 4명중 1명은 가정폭력 피해자다. 여성은 3명 중 1명이 피해자다.
여성보다는 남성 피해자수가 적지만 통계상으로도 분명히 ‘매 맞는 남자’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이라고 해서 항상 ‘피해자=여성’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이 학대나 폭력을 당하고 있다면 이를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인복지센터 김수진 사회복지사는 “남성들의 경우 상담 중에도 아주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다. 그만큼 남에게 말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고 드러나는 것보다 심각할 수 있다”며 “부부간의 언어폭력, 신체폭력이 행해지고, 이로 인해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힘들어한다면 이는 아동학대까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복지센터는 버지니아주의 공식인가를 거쳐 가정폭력 피해자 24시간 핫라인(1-800-987-4561)을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은 방치하면 점점 심해진다. 더 늦기 전에 문제를 인식하고 전문가를 찾아 적절한 대처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의 (703)761-2225 가정상담소
(703)354-6345 복지센터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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