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 나이로 스무 살이 되던 해, 나는 스물다섯 살이 될 때까지 무엇이든 대단한 업적 하나를 이루고 싶었다. 쉰 살의 딱 절반인 그 나이가 그땐 크게 느껴졌고 나는 마치 인생의 한 단계를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의 끝자락에 서있는 평범한 사회 초년생이다. 한 달 두 달이 흘러갈수록 나에겐 더 많은 기회들이 찾아왔고 그것은 그만큼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내가 선택한 기회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지만, 놓쳐버린 기회들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다. 나는 계속 기회들의 가치를 비교하고 따지려 들었고 아직 충분한 연륜과 식견이 없는 탓에 그것은 더 큰 혼란만 초래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 많은 청춘들 중에는 사람 관계 또는 직장과 관련된 새로운 기회들을 마주하고,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책임지는 것에 대해 아직 서투른 사람이 많다. 중요한 것은 그러다 보니 현재에 완벽하게 집중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은 참 고통스러운 것이다. 감사와 열정으로 넘쳐야 할 하루가 불필요한 후회와 걱정에 덮여 그 빛을 충분히 발하지 못한 채 지나가버린다.
나는 어떻게 하면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내가 생각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지나가버린 것이 아까울수록 현재에 더 많은 것을 쏟는 것이었다.
기회비용을 최소한으로 하고자 매 순간순간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친구와 저녁 약속이 있는 장소로 향하는 길, 문득 그 친구가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다른 것들을 버렸기에 내가 그 시간에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내 인생의 한 부분을 함께 해주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참으로 고마웠고 그들과 더 큰 행복을 나누고 싶어졌다.
생사의 기로에서 사경을 헤매다 살아남은 친구들과 가족들이 생각났다. 매일 아침 나를 생각하고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몇몇의 정성을 떠올리며 아주 조금이나마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재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자 자연스레 도전정신도 강해졌다. 예전 같았으면 피했을 불편한 자리들도 이제는 억지로라도 가서 그 두려움을 떨치고 새로운 것을 흡수하려 한다.
며칠 전에는 낯선 외국인들과 저녁을 함께 하는 자리에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용기를 내서 갔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함께 했던 사람들과 너무 잘 맞았고 새벽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로의 고민과 가치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들과 앞으로도 오래도록 볼 것 같은 그런 예감마저 들었다.
그날 어떤 사람이 나에게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세요?”라며 질문을 했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았다. 그리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면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도 내 몫 아니겠냐고, 나는 대답했다.
인생이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은 그저 사실에 불과하다. 결국 흘러간 기회와 선택된 현재가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하루를 살기 위해서는 좀 더 진심으로 사랑하고 매 순간에 정성으로 임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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