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서 수출입품 대량 구입 현지서 현금화 하는 수법
▶ 자금출처 공개 의무화 후 ‘검은 돈’ 합법거래로 위장
■ 자바시장 이어 마이애미 전자업체도 적발마이애미의 모빌폰에서 LA의 T-셔츠에 이르기까지 멕시코의 마약조직들이 ‘검은 돈’을 세탁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마약을 팔아 벌어들인 달러를 멕시코나 남미 지역의 카르텔에게 전달하려면치밀한 돈세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오래 전 금융거래법이 바뀌면서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수상쩍은 돈의 국외 반출 통로가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관련법 개정 이전에는 일이 쉬웠다. 가방에 잔뜩 쑤셔 넣은 ‘드러그 머니’를 은행에 예치하면 그만이었다. 은행은 입금액이 얼마건 자금 출처를 묻지 않았고, 예금주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해당은행 현지 지점을 통해 자유롭게 돈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엄격한 연방법 관계조항에 따라 은행 측은 1만달러 이상의 예치금은 반드시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거액 입금자 역시 자금 출처를 밝힐 의무를 진다.
당국의 돈세탁 감시 시스템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졌다.
쫓기는 입장인 마약딜러들에겐 조직의 보스에게 수익금을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묘책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악명 높은 멕시코의 마약조직인 시날로아와 로스 제타스가 무역에 기반을 둔 돈세탁에 눈길을 돌린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방법은 간단한다. 조직원들은 미국에서 마약판매로 벌어들인 현찰을 이용해 셀폰이나 의류 등 합법적 물품을 대량으로 사들인다. 이렇게 구입한 물건을 라틴 아메리카에서 판매해 페소화를 챙기는 수법이다.
예를 들어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이 미국에서 거둬들인 판매대금으로 미국 회사로부터 셀폰을 대량 구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돈세탁 과정에 참여하는 미국회사는 거래 상대가 누구인지 안다. 불법거래인 줄 알면서 돈에 홀려 범죄행위에 가세한 ‘공범’이라는 얘기다.
업자는 조직이 구입한 셀폰을 공식 경로를 통해 멕시코로 보내는 것으로 ‘계약’를 이행한다.
미국의 ‘협력업체’로부터 물건을 넘겨받은 마약조직은 이를 시장에 팔아 마약판매대금을 페소화로 회수하게 된다. 겉으론 합법적인 무역거래처럼 보지만 실제로는 완전한 돈세탁이다.
셀폰을 이용한 마이애미의 돈세탁 사건을 조사 중인 국토안보부 수사국 특별요원 존 토본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 국외 마약조직은 자금추적을 받을 수 있는 달러 대신 흔적 없이 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 페소화 현찰을 손에 쥐게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국토안보부와 연방 재무부는 마이애미 지역에서 셀폰과 전자상품을 취급하는 700개 업체들에게 3,000달러 이상의 현찰거래를 신고할 것을 한시적으로 명령했다. 기존의 신고대상은 1만달러 이상의 거래인 경우였다.
국토안보부와 재무부가 거명한 700개 업체는 라틴 아메리카에 거래처를 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특정 지역의 비즈니스를 겨냥한 이와 유사한 지시는 지난 가을 LA에서도 나온바 있다.
당시 LA 패션 디스트릭의 일부 의류업체들은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이 달러화로 벌어들인 드러그 머니를 멕시코 현지에서 페소로 현금화 할 수 있도록 돈세탁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돈세탁 방지 공인전문가협회 수석부사장인 존 바이런은 “수출입 품목이면 어떤 것이건 돈세탁에 동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약조직과 돈세탁에 가담한 미국회사 간에는 종종 수십만달러의 현찰이 오간다. 마치 스파이 영화에서처럼 암호명이나 암호 글귀가 사용되기도 하며 도심의 스타벅스라든지 맥도널드와 같은 평범한 장소에서 비밀회동이 이뤄질 때도 있다.
법원 기록을 통해 확인한 최근 케이스에 따르면 연방 마약단속국(DEA)의 위장잠입 요원들은 도시 외곽의 상가 인근에 위치한 코트야드 매리엇 호텔에서 마이애미 지역의 몇 개 업체들에게 전달될 예정이었던 29만달러 상당의 현찰을 확보했다.
현찰을 전달하는 운반책은 돈다발이 든 가방을 차 트렁크에 넣은 채 포섭된 업주들을 찾아다니며 ‘배달’을 한다. 이처럼 ‘위험한 서비스’의 대가로 이들은 전체 배달액수에서 최고 5%를 수고비로 받는다.
가담 업체들은 ‘드러그 머니’가 합법적 세일즈에 사용된 것처럼 보이도록 송장을 위조하는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돈세탁 공모혐의에 유죄를 시인한 효나스 베리나소는 JB 와이어리스라는 회사를 이용해 세탁한 마약 판매대금을 덴마크로 전신으로 송금, 유럽에 뿌릴 코케인 운반자금으로 사용하도록 도와주었다.
법원 문서는 DEA 비밀정보원이 벨리나소에게 접근해 30만달러 상당의 셀폰을 남미로 실어 보내도록 한 후 여기서 회수된 대금을 마약운반을 위해 다시 코펜하겐으로 와이어 트랜스퍼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벨리나소는 당초 42개월 징역형을 받았으나 수사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점이 인정돼 1년으로 형량이 대폭 감면됐다. 그는 10월30일부터 복역을 시작했다.
한편 LA 패션 디스트릭 케이스와 관련, 당국은 멕시코 카르텔의 드러그 머니를 세탁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십 개의 의류와 원단업체들을 급습해 총 1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현금과 은행계좌 및 기타 재산을 압수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수십 명의 비즈니스 오너들이 속속 기소되고 있다.
마이애미 사건의 수사를 통해서도 LA에서와 비슷한 숫자가 기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당국은 마이애미 국제공항 주변의 셀폰과 전자상품 판매업체들 가운데 어느 정도가 돈세탁에 개입됐는지 정확한 규모를 잡아내지 못한 상태다.
국토안보부 수사국 요원인 토본은 “아직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선수’들을 색출하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며 “가담자들에 대한 확실한 사법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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