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스치는 바람에 차가운 냉기가 느껴진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이다. 잎새에 스미는 바람에, 높고 파아란 하늘을 이고, 나뭇잎들이 떨어진다.
나뭇잎은 이른 봄부터 한여름 내내 찌는듯한 무더위를 지나며 있는힘을 다했을 것이다. 살아갈 영양분을 만들기 위해. 이제 가을이 되어 나무가 한겨울을 잘 견디어 낼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그동안 쌓아 놓았던 모든 영양분을 나뭇가지에 아낌없이 다 옮겨 놓는 일이다. 그리고 빈손이 되어 떨어진다. 그래서 일까, 나뭇잎이 그토록 형형색색 아름다울수 있는것은?
아름다운 낙엽을 바라보며 이 가을에도 어김없이 내 가슴은 막연한 그리움에 명치끝이 시리다.
어찌해볼 수 없는 원초적인 그리움. 에덴동산에서 쫓겨 났다는 이브의 후예라서 그런가? 아마도 제일 타당한 이유 일지도 모르겠다. 여름내 들떠있던 마음은 침잠되고, 문득 문득 눈길은 끝도 없을 저 푸른 하늘끝을 달린다.
켜켜이 쌓인 마음의 각질을 벗겨 버리고 낙옆쌓인 오솔길을 걷고 싶다. 지난세월 한바탕 꿈이었노라고, 하늘아래 태어난 모든것들은 정해진 순서없이 언젠가는 스러진다고, 허허롭게 토해내는 발밑에서 부서지는 낙옆의 무상법문을 들으면, 철부지 소녀마냥 가슴이 씻기우는 하얀 눈물이 흐를지도 모르겠다.
걷다가 지치면 낙엽쌓인 편편한 나무등걸이나 오랜세월 비바람 스쳐 간듯한 이끼 낀 바위 위에 앉아 가만히 눈감고 오래전에 떠나온 고향도 떠올려 보리라. 지나온 세월에 묻혀 지금쯤은 흔적도 찾기 어렵겠지만, 내마음에는 어릴적 고향이 그대로 살아서 총천연색으로 떠오른다.
하늘하늘 핀 코스모스 위로 빨간 고추 잠자리 날고, 저절로 터져 툭툭 떨어진 새벽 이슬 머금은 탐스러운 알밤들, 누렇게 익어 고개숙인 벼이삭 사이로 타타닥 튀던 메뚜기들, 별빛 쏟아지는 가을밤에 듣던 풀벌레 소리들… 아, 가을인가요! 돌아올땐 운이 좋아 허름한 찻집이라도 찾을수 있으면 좋겠다.
이마음 같이 흐를수 있는 벗님이라도 불러내어 하고싶은 많은 말, 말들은 그냥 뜨거운 찻잔에 녹여 버리고, 깊어진 눈길로 따습게 마음을 나누리라. 아, 이가을에 내마음 그냥 낙엽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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