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놈’소리 들을까 상담도 못해
한인사회 가정폭력“8건 중 1건 남성이 피해”
#한인 김모(40)씨는 요즘 잠을 못잔다. 올해 초부터 비즈니스가 어려워지면서 부부간의 싸움이 잦아졌다. 아내는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퍼붓는다. 며칠 전에는 언성을 높이더니 급기야 김씨에게 셀폰을 집어던지고 발길질까지했다. 이에 김씨가 고함을 치며 덤벼들자, 아내는 “경찰을 부르겠다”고 더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못난 놈 소리 들을까봐 어디 가서 터놓고 상담도 못하겠다.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수치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결혼 10년차인 박모(42)씨는 부인의 상습적인 언어폭력으로 이혼 전문 변호사를 찾아 상담한 경우다. 박씨는 “아이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있건 없건 간에 늘 헐뜯고 무시한다. 차라리 신체 폭력이라면 저지할 수 있겠지만 매일 같이 정신없이 욕설을 퍼붓는 아내와는 더 이상 결혼생활이 힘들 것 같다”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혼이 낫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하소연 했다.
한인 남성들이 가정폭력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성도 가정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으나 한인사회에는 이같은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배우자로부터 감정적•경제적 학대를 당하고 있어도 이를 가정폭력이라고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주먹이나 손으로 맞거나, 발로 차이는 등의 신체적 폭력을 당해도 체면이나 자존심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12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 4명 중 1명은 가정폭력 피해자다. 여성은 3명 중 1명이 피해자다. 육체적으로 심하게 폭력을 당하는 경우는 여성이 5명 중 1명인 반면 남성은 7명 중 1명이다.
여성보다는 남성 피해자수가 적지만 통계상으로도 분명히 ‘매 맞는 남자’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한인사회 남성 피해자 비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인가정 상담 기관 등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 상담 사례 8건 중 평균 1건꼴은 남성이 피해자다.
전문가들은 남성 우월주의나 권위주의 등 한인사회의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남성들은 신체적 폭력을 당하고 있어도 이를 묵인, 드러내기 쉽지 않으므로 피해 사례는 실제 집계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체적 폭력외에도 냉대, 무시, 구박, 외도 등 배우자에 대한 상습적인 정서적 폭력도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처럼 학대받는 남편들이 늘고 있는 것은 불경기로 실직이나 퇴직 후 경제력을 상실한 남성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반해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맞벌이를 통해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문화에서는 ‘바가지 긁는다’ ‘여자는 원래 그렇다’고 말하며 문화적으로 묵인되는 부분이 있는데 부부간의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깨어지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기를 죽이고, 자신의 뜻대로 컨트롤하려 한다면 이는 학대”라고 지적했다. 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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