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이란 가사일을 통틀어 의미하며, ‘살리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이다. ‘살림살이’는 살아 있는 생명체를 살려내는 일로써 그 주체자를 ‘주부’ 혹은 ‘살림꾼'이라 부르고 있다. ‘~꾼’이란 매우 잘 하는 사람을 일컫는 우리말의 전문가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의 어머니가 평생 하셨듯이 나도 결혼과 함께 ‘살림살이의 세계'에 진입하였다. 들어와 보니 겉에서 보았던 단순한 세상이 아님을 금방 깨닫게 되었다. 의, 식, 주 모두를 총망라하는 종합적인 정보와 능력을 요하는 영역이며, 햇수를 거듭하면 할수록 좀 더 진/지/하/게/ 접근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릴 때 알뜰히 절약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의 어른들로부터 “이 다음에 크면 살림꾼 되겠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오빠나 남동생에게는 한번도 하는 걸 본 적이 없어 좀 이상히 여겼으나 주로 칭찬하는 상황에서 하는 말이라 듣기에 나쁘지 않았다. 사회분위기가 ‘살림꾼=여자’라고 여겼으므로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어른이 되면 살림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지금 나는 살림꾼이 되어 있다.
그러나 내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여자이기 때문에 혼자서 도맡아 했던 살림꾼 역할을 나는 우리 가족들과 나누어 하고 있다. 남편과의 자연스런 합의와 아이들 교육을 통하여 우리가 공유하는 내용은 첫째, 누군가의 살림지원이 없을 때 ‘부재현상’을 겪게 되며 불편과 함께 생활에 지장을 겪게 되므로 살림살이는 주부만의 몫이 아니라 남녀노소, 계층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누구나 각자 자기 자신의 생명유지를 위해 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살림교육은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3년 전 친정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학기 중에 혼자 한국에 다녀와야 한 적이 있었다. 내가 10일간 집을 비운 사이 좌충우돌 속에서 세 식구는 생존을 위해 미숙하지만 열심히 살림살이를 해냈다. 아빠표 땅콩잼 샌드위치, 엄마의 주먹밥을 흉내낸 딸내미표 도시락, 아들표 치킨 김치볶음밥 등을 감지덕지 고맙게 먹으면서 세 식구의 연대는 더욱 강해졌고, 이 경험을 통해 각자의 생존력을 키우기 위해 살림살이를 더 익혀야 되겠다는 교훈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더 구체적인 장보기, 밥짓기, 화장실청소, 빨래, 식사준비를 보다 적극적인 주부의 마음으로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봉사하는 입장에서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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