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전체 글을 끝까지 읽어가기가 민망하다. 개인적인 의견이 글로 옮겨지고 이것이 세상에 노출이 되면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밖으로 나온 글은 더 이상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영묵씨의 11월 3일자 오피니언 란에 실린 ‘김무성 부친은 친일파인가’라는 글은 전체적으로 논리의 모순이요, 역사의 무지요,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다.
첫째, 글을 쓸 때에는 주제를 달리했다면 모를까 같은 꼭지의 짧은 글 내에서 선과 후, 적어도 논리의 일관성을 보여줘야 했다. 김무성 부친을 ‘친일’이라고 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과거(유신 찬성투표)와 동일시하고 있다. 본인이 무서워서 그랬던지 비굴해서 그랬던지 유신 때 바짝 엎드려 숨죽이고 있었는데 지금 김무성 부친의 친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엎드리지도 않고 ‘친일을 친일’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데도 그들이 유신 때는 엎드려 있었다고 마음대로 억측을 하고, 비굴하다고 거꾸로 꾸짖고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다.
둘째,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식견이나 바탕이 조금이라도 있는 지 의아하다. ‘아픈 과거, 잘못된 역사’도 역사다. 언젠가 본보에 이영묵씨는 위안부 보상에 대해서 일본정부의 입장과 비슷한 견해를 밝히고 더 이상 위안부 보상 문제는 실속이 없을 것이라는 황당한 글을 올린 것을 봤다. 그게 현실적일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이라면 역사문제에 관심보다는 돈 버는 쪽이 더 맞다. 나서지 말아야 한다. 관련자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일제치하에서 ’독립군이 될 것인가, 독립군을 잡는 일본군이 될 것인가’에서 일본군이 될 수밖에 없는 다중을 숙명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가 역사를 논하겠다니, 전형적인 패배주의 역사관이 아닌가,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김용주(김무성 부친)가 1961년 1월 24일, 해방된 조국의 국회에서 한 “60만 재일동포가 한국에서 ’생활을 못한 사람들‘이 건너갔다” 고 한 발언은 글을 쓰는 순간에는 몰랐을 수도 있다고 치자. 이 때는 대동아전쟁도 없는 때가 아닌가, 본인의 이 글이 김용주(김무성 부친)와 동일시함은 물론, 그를 합리화시켜주고 있다는 걸 알고나 쓴 것인지, 마치 김용주의 아들인 듯한 논조이다.
셋째, 글에는 반전의 묘미가 있을 수 있다. 지금 한국에서는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하겠다는 되지도 못할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 문제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이기 이전의 ‘양심과 역사’의 문제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역사관련 교육자의 90% 이상이 국정화를 반대하고 있고, 국민 여론조사도 반대의 비중이 훨씬 더 높다. 국정화해야 한다는 사람이 소수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는 가운데 이영묵씨는 뭐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이 여론을 거스르는 기교를 부려서 여론을 호도하려 하고 있다. 어디서 배웠는지 양비론자와 기회주의자들의 그럴듯한 교언영색의 끝판은 그 글의 마지막에 ‘과거’ 이야기 그만하고 어떻게 될지도 모를 ’미래‘ 이야기로 도망가려하고 있는데서 여실하다.
가끔 글을 쓰지만 글 쓰는 사람은 나이와 경륜을 떠나서 손기술이 아닌 가슴과 양심으로 사상과 직관을 갖출 것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다짐한다. 성리학의 인, 의,예, 지는 그 단면이 될지도 모르겠다.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 즉 ‘불쌍히 여기며, 부끄러움을 알고, 겸손하며, 옳고 그름’이 분명하면 좋겠지만 권력자를 측은히 여기고, 부끄러움을 감추어 주려드는가 하면, 그런 숙고도 안 된 글을 거절하고 양보하기는커녕 옳고 그름에 대해서 그른 것을 묵과하자는 글을 천지사방에 내비칠 정도로 생존 이데올로기, ‘먹고 살기‘가’ 궁한가, 감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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