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내 정원, 옥외 농장 등 친환경 공간 인기
▶ 제트블루, 케네디 공항 터미널 옥상에 농장, 오헤어 공항은 터미널 실내에 타워 정원 조성

제트블루가 뉴욕의 케네디 국제공항 터미널 5 옥외에 만든 작은 농장. 콘크리트 일색인 공항에 자연을 불러들이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던 지난 10월 어느 오후, 뉴욕 케네디 국제공항 제트블루의 탑승 로비 밖으로 급하게 달려 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제트블루의 지속가능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소피아 리오노라-멘델손이었다. 첫 서리 내릴 때가 며칠 혹은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오자 그에게는 걱정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공들여 재배해온 허브와 채소 상자들을 빨리 옮기지 않으면 모두 얼어 죽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케네디 공항 터미널 5 옥상에는 3,000개의 나무상자가 줄지어 있다. 리오노라-멘델손의 작은 농장이다. 공항 옥상에 농장을 만들기까지 그는 온갖 관료주의의 장애물들을 제거하느라 3년이 걸렸다. 그 결과 얻어낸 것이 터미널 5 바로 바깥에 농사지을 공터를 얻어낸 것이었다. 풋볼 경기장 절반 크기의 그 땅은 과거 여행객들이 자동이동 통로를 이용해 지나다닐 때 눈길도 주지 않던 보기 싫은 공터였다.
지금 옥상에 위치한 이 공간은 한창 싱싱한 색깔을 피어올리고 있다. 근년 공항들이 도입하기 시작한 친근한 색상, 바로 초록이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있는 나비 집에서 방문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제트블루의 공항 옥상 농장에는 감자, 케일, 오리가노 등 26종의 다양한 채소들이 재배되고 있다. 아스팔트와 기계음, 역겨운 배출가스만 가득하던 공간에 자연을 불러들여 친환경 공간을 조성하려는 것이 요즘 추세이다. 제트블루의 케네디 공항 농사 프로젝트는 그중에서도 한걸음 더 나아간 시도이다.
공항들이 콘크리트로 된 환경에 초록색을 불러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의 밴쿠버 공항, 인도의 뭄바이 공항 그리고 앨러배머의 버밍험 공항은 녹색의 식물들이 싱그러운 거대한 ‘살아있는’ 벽들을 실내에 세웠다.
시카고의 오헤어 공항은 터미널 3의 2층에 수직으로 솟아있는 흙 없는 타워 정원을 만들었다. 암스테르담의 시폴 공항에는 ‘혼합 자연’ 공원이 실내에 조성되어 있다. 아이비가 의자들을 뒤덮고 새 소리가 흘러나오는 공간이다. 싱가포르의 창이 공항에는 선인장과 해바라기가 자라는 옥상 정원들, 그리고 2층으로 된 나비 집이 있다.
자연을 주제로 하는 친환경 공간이 점점 많아지고 점점 창의적이 되고 있다. 제트블루의 터미널 농장은 그중 최신 모델이 된다. 리오노라-멘델손은 우리가 콘크리트 정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뭔가 초록에 가까이 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
시카고 항공국 프로젝트 담당관인 데이빗 로빈스에 의하면 오헤어 공항은 지난 2001년 87억 달러 규모의 현대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친환경 공간 조성에 앞장 섰다. 그 결과 오헤어 공항에는 식물들이 살아있는 벽, 12개의 옥상 정원, 그리고 미국 주요 공항 중 최초의 양봉장이 있다. 그리고 2011년 문을 연 900 평방피트의 타워 정원은 요가 스튜디오와 붙어있어 더욱 그럴 듯하다.
로빈스는 “타워 정원이 고요한 환경을 만든다”며 “사람들이 긴장을 풀고 초록의 식물들에 흠뻑 젖어보는 피난처 같은 곳, 대단히 기분 좋은 공간”이라고 말한다.
친환경 정원을 마련하는 데 대가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이같은 녹색의 공간들을 만든다는 것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이윤을 낼 기회를 희생한다는 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공항은 땅값이 얼마나 비싼 곳인가. 게다가 오헤어 공원은 작물을 관리하기 위해 농부를 한사람 고용했다. 하지만 재배 작물에서 나오는 소출은 탑승객 음식 값을 줄일 정도는 결코 되지 못한다.
그러나 이는 철학적 전략이라고 로빈스는 말한다. 주로 상징적이기는 하지만 시카고의 공항들은 지속가능 환경 조성에 진지하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며, 환경에 대한 입장을 공표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제트블루의 터미널 5 농장은 뉴욕의 환경개선 운동 비영리기구인 그로우NYC와 손잡고 진행되고 있다. 제트블루는 터미널 농장을 일반에게 개방하지는 않는다. 제한된 관광단과 제트블루 직원들에게만 개방된다. 승무원들이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텃밭을 둘러보고 재배된 야채를 한줌씩 얻어가곤 한다.
터미널 5에 있는 식당 바 벨로체의 셰프는 싱싱한 야채들을 직접 따서 식재료로 쓰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현재로서 제트블루는 농작물을 승객들을 위해 쓰지는 않고 있다. 재배한 채소는 대신 트럭에 실어서 퀸즈와 브루클린의 푸드뱅크로 보내진다.
그렇게 해서 제트블루가 얻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 ‘세계에서 가장 쿨한 터미널’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리오노라-멘델손은 말한다.
제트블루의 농장이 성공을 하면 다른 공항들도 뒤를 이어 공항의 특징없는 공간들을 녹색의 공간들로 바꾸게 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녹색의 친환경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공항은 공항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커뮤니티로부터 사랑받는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각 지역 공항들은 비전을 가지고 활주로 주변 드넓은 빈 공간을 새롭게 바꿔보려는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다.
제트블루가 옥상 농장을 만든다고 했을 때 뉴욕과 뉴저지 항구 당국은 한 가지 이의를 제기했다. 새들이 모여들어 항공기에 위험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재배 품종을 꽃이 피지 않는 작물들로 제한했다. 밀을 재배해 맥주를 만들겠다던 아이디어를 제트블루는 버려야 했다.
공항 측 추정에 의하면 농장을 운영하는 덕분에 연간 8만 갤런 이상의 빗물이 하수구로 버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빗물이 그대로 작물재배 나무상자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농장의 흙은 옆 터미널에서 나온 음식물 찌꺼기로 만든 퇴비를 이용했다. 제트블루는 앞으로 양봉장, 나비 집 등을 추가해 공항에 녹색 외에도 다양한 색깔들을 보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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