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에 대학연구소에서 일하는 아들의 친구엄마를 알게 되었다. 그 집은 아들만 둘 있는데, 누가 봐도 부러움을 살 정도로 공부나 악기연주 할 것 없이 모두 특출한 형제를 두었다. 부모 또한 열심히 뒷바라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매주 토요일엔 둘째 아들의 음악교육을 위해 부부가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거의 하루를 다 보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엄마는 만날 때마다, “우리 애들은 다른 집 아이들에 비해 좀 덜 떨어진 것 같아 걱정”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부모노릇하기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더라면, 아마도 Sign up 하지 않았을 것”이란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전적으로 공감하여 “미국에서 부모노릇하기는 더 힘들다”고 지지하는 말을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되돌아 보게 되었다. 얼마나 심각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부모되기를 시작하였나 되돌아 보니, 나름 고민을 한 편이라 여겼으나 지금 돌아켜 보면 너무 멋모르고 부모가 되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결혼하면 자동적으로 당연히 부모가 되는 것이라 여겼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사니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이상한 커플이고 문제 있는 커플로 간주되니까. 특별한 준비 없이, 한마디로 겁 없이 결혼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친 것으로 부모될 자격증을 따버린 것이다. 특히 늦은 나이에 결혼한 나는 될 수 있으면 빨리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주위의 성원을 많이 받았다.
결혼과 동시에 첫아이를 임신하였고, 주변 사람들의 큰 축하를 받았다. 그러나 내가 갖고 있는 출산과 양육계획은 너무 피상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하고 훈련되지 못한 자격미달이었다. 즉 ‘자연분만을 하고, 모유수유를 할 것이며, 2살~3살 터울의 남매를 둘 것이고, 산후조리는 철저히 잘 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정작 아기가 태어났을 때, 우리 부부는 신생아를 어떻게 안아야 할지, 기저귀는 언제 갈아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목욕은 어떻게 시켜야 할 지 갓 태어난 아기를 쳐다보고 좋아라 하는 시간은 잠시뿐 좌충우돌의 연속 선상에서 모든 것이 걱정거리와 책임감의 대상이었다.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가족의 역동적인 관계의 변화에 대한 준비나 자녀양육에 부부가 어떻게 공동 참여할 것인가 등 꼼꼼한 계획까지 더하여 보다 현실적인 부모되기 준비를 권장함으로써 우리처럼 좌충우돌하지 말라고 후배들과 내 아이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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