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이정화 박사, 문인회 초청 강연서‘춘원 이광수’삶 회고

춘원 이광수의 딸인 이정화 박사가 문인회 초청 강연회에서 부친의 삶을 회고하고 있다.
“아버지와 한 지붕 밑에서 산 것은 10년이었어요. 아버지는 늘 몸이 안 좋으셨어요. 일제 강점기에 병원을 드나들며 병마와 싸우면서도 끊임없이 글을 쓰셨어요.”
생사도 모른 채 헤어진 지 65년, 어느덧 산수(傘壽)를 넘긴 딸은 차분하게 아버지 춘원 이광수의 생애를 증언했다. 때론 솟구치는 육친의 정에, 되살아나는 그리움에 잠시 호흡을 고르면서….
춘원의 막내딸인 이정화 박사(81)가 21일 저녁 워싱턴에서 ‘나의 아버지 이광수’를 주제로 6.25 당시 납북되기까지 가까이서 본 아버지의 행적과 가족사 등을 사진과 함께 연대기 별로 들려줬다.
이 박사는 춘원의 오산학교 교사와 일본 유학시절, 도산 안창호, 육당 최남선, 벽초 홍명희 등 당대의 문사, 지사들과의 교유기, 상해 임정시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어머니 허영숙 여사와 사랑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아버지는 1919년 도쿄에서 '2·8 독립선언'을 주도한 뒤 상해 임시정부에서 독립신문을 만들고 있었어요. 어머니는 홀로 상해로 찾아가 아버지를 만나셨어요. 그런데 안 좋은 소문이 나자 도산 안창호 선생님은 아버지에게 '허영숙을 보내고 자네는 미국으로 가라'고 하셨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유서를 남기고 양자강에 몸을 던지려고 했대요. 그런데 물이 너무 더러워서 자살을 못하셨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니 허영숙은 일본에서 간호사 유학 중에 이미 중매결혼한 부인이 있던 춘원을 만나 훗날 결혼하게 된다. 허영숙은 춘원이 창작활동과 요양에 전념할 때 산원을 열어 생계를 맡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는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나오신 후에 43-44년 사릉에서 농사를 지으셨다”며 “아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5개월의 자유생활을 하셨을 것”이라고 되돌아봤다.
이 박사는 아버지의 친일행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춘원은 해방 후 49년 반민특위에 의해 체포됐다 석방된 후 1950년 6.25 전쟁 중 납북돼 사망했다. 이 박사는 “아버지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시밭길을 걸으신 분”이라며 “볼티모어의 오빠가 1991년 북한을 방문해 아버지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춘원 이광수는 1917년 한국 최초의 근대장편소설 ‘무정(無情)’을 쓴 소설가로 ‘마의태자’ ‘단종애사’ ‘흙’ ‘이차돈의 사’ ‘원효대사’ ‘유정’ 등 숱한 불멸의 작품들을 남겼다. 그러나 일제말 조선문인협회 의장을 지내며 친일 행적으로 문명을 깎아내렸다.
그는 허영숙과의 사이에 이영근 박사(존스홉킨스대학 원자물리학 교수 은퇴), 영문학자인 이정란 박사, 이정화 박사 등 삼남매를 두었다.
이정화 박사는 이화여고를 나온 뒤 1952년 도미,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고 분자생화학자로 일하다가 은퇴했으며 필라델피아 근교에 거주하고 있다. 인도 과학자(작고)와 결혼해 세 명의 자식을 두었다.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한국학교를 최초로 시작하기도 했다.
워싱턴 문인회(회장 권귀순)가 우래옥에서 마련한 이날 강연회에는 70여명의 한인들이 참석해 춘원의 삶에 대해 귀를 기울였다. 권귀순 회장과 최연홍 초대 회장, 이영묵 전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춘원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권귀순 문인회장은 “누구나 밤새워 춘원의 책을 읽은 기억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강연을 계기로 근대문학사에서 선구적 업적을 남긴 대문호가 재조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연 후에는 최연홍 초대 워싱턴문인회장의 영문시집 ‘Adieu, Winter' 미니 출판 기념회도 열려 백순 시인의 서평과 김미영 문인회원의 독후감, 시 낭송 등의 순서가 이어졌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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