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네요. 나 그대 만나 한몸으로 흘러운 세월의 강 이만큼인데, 우리가 서있는 곳이 이 가을쯤 아닐까요? 저만치 칼칼한 늦가을 바람타고 오후의 햇살이 바다 위에 파랗게 부서지고 있네요. 우리가 즐겨 만나는 곳, 꼬불꼬불 맨흙이 덮힌 이 오솔길을 걸으며 난 그대와 가장 가깝고 깊게 만납니다. 길섶에 핀 이름모를 들꽃들이 무에 그리 좋은지 이리저리 흔들리며 방긋방긋 해맑게 웃네요. ‘우린 이대로 충분히 행복해요’ 하는것 같은 들꽃들의 행복강의, 마음 한켠에 담으며, 결코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모든 생명체는 오롯이 그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군요.
가만히 돌아봐요. 우리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을 수 있음이고, 난 영원히 그대 곁에 머물 수가 없어요. 이몸 자연의 인연따라 모아져 잠시 그대곁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예요. 하여, 이 소중한 날들을 헛것에 속아 헛되이 낭비하는 것은 얼마나 큰 어리석음인지요. 미움보다 사랑하는 마음을, 받지 못하는 섭섭함보다 베푸는 넉넉함으로, 나를 주장하는 빡빡함보다 다른쪽이 되어보는 느슨함으로 채울 수 있다면, 진정 나 스스로를 사랑한다고 하겠지요. 사람들이 모여사는 세상, 다들 꼴들이 다르니, 살면서 부딪치는 이꼴 저꼴들도 넉넉하게 봐야 함은, 내꼴도 어떤이들에게는 버겁게 비쳐지는 저꼴일 수 있음이니까요. 검증도 되지 않은 전혀 근거도 없는 잣대를 스스로 만들어서 다른이들과 자신을 얼마나 마음속으로 도토리 키재기를 해대었던가요.
그뿐인가요,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따라 일어나는 온갖 마음의 파도에 끄들려, 가끔씩 질펀한 마음속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되면 그 생각 하나 돌이키기가 어찌 그리 힘이 드는지요. 온갖 지혜를 다해 빼내기도 하지만 어떤 땐 흐르는 시간이 해결사가 되기도 하지요. 이제는 적지않은 경험 속에, 그 모든것 스스로에게 속아 넘어간 것임을 어렴풋이 알아차리게도 되어, 진흙탕 속에서 뒹구는 햇수가 좀 준 것도 같지만, 습관이란 것이 남아있어 방심할 수가 없답니다. 이런 세상의 이치들이 조금씩이나마 바르게 깨쳐 질 수 있는 힘이, 나이테가 늘어 갈수록 정비례된다면 , 그 얼마나 축복된 인생이라 할 수 있을까요.
서쪽 하늘을 태우는 노을이 아름답네요. 이제 곧 어둠이 내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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