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추수감사절 전 주가 되면 학교에서 ‘그랜드 페어런츠 데이’ 행사를 연다. 달력에 표시되어 있는데 학교마다 행사를 하는 곳도 있고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이날은 조부모님이 학교에 오셔서 수업도 보시고 액티비티도 같이 한다. 식사도 같이 한다.
작년에 학교에서 연락왔을 때 별생각없이 안 갔는데 아들이 올해는 꼭 와달라고 부탁했다. 친구들은 다들 누군가가 왔는데 자긴 혼자여서 외로웠다고 했다. 매주 금요일 아침에 발런티어가 있는데 금요일이 행사 날이었다. 취소할 수 없는 개인적인 약속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시간이 안될 듯해서 남편에게 시간이 되는지 물었다. 연말이라 회사 업무 때문에 시간내기 어렵단다. 개인 약속시간을 둘로 쪼개어 오전에 잠시, 오후에 잠시 시간 내기로 했고 발런티어 및 행사 일정에 맞췄다. 바쁘더라도 아이가 우는 것보다는 나을 듯싶었다.
금요일, 일정을 맞추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아이와 남편의 등교와 출근 준비로 바쁜데 아침 일찍 잡은 약속으로 준비해야 했다. 발런티어가 끝나고 바로 개인 약속이 있었고, 일이 끝난 뒤 제시간에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교실 문 앞에 서서 들어가 길 기다리는데 아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작년에도 저렇게 표정지었을 걸 생각하니 미안했다. 나를 찾고 나서야 표정이 밝아졌다. 할머니 할아버지께 노래와 율동을 보여줬고 함께 문제도 풀고 그림도 그렸다. 가족이 안 온 아이들은 혼자 문제를 풀었다. 학교행사가 끝나고 다시 개인 업무를 해야 했지만 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론 다른 생각도 들었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대부분이 이민 오신 분들이다. 조부모님이 오실 수 있는 분이 거의 없다. 조부모님이 미국에 안 계시니 부모님이 와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는 부모는 수업에 아이 혼자 둬야 한다. 올해 시간을 조정하지 않았다면 올해도 작년처럼 아들은 외로워했을 것이다. 굳이 이런 행사를 만들 필요없이 대신 핼러윈이나 다른 이벤트 때 조부모가 와서 사진도 찍고 아이가 어떻게 크는지 볼 수 있으면 어떨까 싶다. 취지는 좋으나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행사라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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