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운다는 건 태어나서 지난 삼십년간 해온 일 중에 제일 행복하고 의미있지만 그만큼 고되고 힘들다. 취직 후에 속칭 쓰리잡을 뛰면서 일을 할 때도, 중요한 시험 준비를 하던 시기에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 몸 하나 건사하며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던져진 엄마라는 현실에 아직 채 적응하지도 못했는데, 밤에 잠도 못자고 아기의 요구에 24시간 부응해야 하는 일이 사실 버겁다. 방긋방긋 웃어주는 아기를 보면 언제 힘들었냐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밤 잠 못자는 것보다도 아픈 손목으로 무거운 아기를 안고 달래는 것보다도 더 힘든 건 남편과 뭔가 손발이 잘 맞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이다. 우리는 눈에 띄게 사이가 좋은 커플이었는데, 어느 순간 다정한 연인은 어디로 가고 육아 문제로 시도 때도 없이 다투는 아줌마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가치관이 비슷해서 정치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손 붙잡고 교회를 다닐 수 있으며 크고 작은 취향의 문제는 웃으며 맞춰주던 남편이었는데 아기가 태어나자 5개월만에 남의 편으로 변모했다. 특히나 아이를 양육하는 문제에 있어서 부딪칠 때면 이렇게 다른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갈등 그 자체보다도 더 문제는 지치고 힘들다는 핑계로 대화하지 않고 나홀로 육아하려는 내 생각인 듯하다. 사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일을 할 때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다. 그럴 때일수록 상대를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함께 문제를 대화로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세상에 다른 모든 일들이 그렇듯 육아 역시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뿐더러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니까.
아기가 태어난 덕분에 인생에서 제일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덕분에 나를 돌아보고 관계를 돌아보고 마음을 성장시키는 기회를 얻었다. 육아 초기에 아웅다웅하는 것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력하면 언젠간 서로의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면서 한마음인 듯 아이를 대할 수 있지 않을까. 남편과 내가 육아라는 산 앞에서 같이 성장해나가는 동반자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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