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이 지나고 내년이 오면 복덕방 간판 걸고 장기판 두드리기 시작한지 꼭 40년이 된다. 그것도 오직 여기 산타클라라 메뚜기 촌에서 말이다.
그때 그 복덕방 간판은 ‘Red Carpet’ 이었다. 어떤 아줌마가 돈대고 어떤 아저씨 브로커 라이선스로 함께 동업하는 프랜차이즈 회사였다. 여기 누구만큼이나 작은 키의 이 브로커 아저씨는 자신이 UC 버클리를 나왔다는 긍지로 사는 사람 같았다. 그의 방안은 온통 ‘곰’ 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사무실에서 첫 번째로 눈에 뜨이는 게 해마다 곰들의 풋볼 스케줄이다. 특히 스탠포드와의 대전은 세상이 두 쪽이 나도 꼭 간다고 했다.
금년에도 갔을까?아니 지금도 살아 계실까?그때 그 사무실이 엘 카미노와 가까운 로렌스 익스프레스를 끼고 있는 커다란 옥수수밭 옆에 있는 조그마한 쇼핑 센터였다. 한쪽은 리커 스토어 한쪽은 코인 라운드리, 그리고 주인이 다른 그 옆 땅 한쪽에는 7-11 편의점이 있었다. 지금도 있다. 그곳이 바로 옛날 이민 초창기 많은 교민들의 일화를 남긴 ‘낸시다방’ 자리다. 한국인 주인 낸시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이름을 ‘공짜다방’ 이라고 했어야 옳았던 것 같다.
그 길을 지나다보면 지금도 그 옥수수 밭이 보인다. 다만 서서히 옥수수가 주택으로 바뀌는 게 보인다. 당시 그 일대 단층집 새것이 약 3만여 달러. 2층은 4만5천여 달러. 그랬었다. 그런가 하는데 어느새 집값들이 뛰기 시작한다.
3만 달러 하던 게 5만 달러가 되고 5만 달러 하던 게 7만 달러가 된다.
장기판 사무실이 암울해진다. 집값이 이렇게 오르니 모두가 전업을 해야 되는 게 아니냐고 걱정들이 태산이다. 태산 같고 암울했던 상황은 그 뒤로도 셀 수 없이 많이 찾아온다. 지금 그 동네 새집 분양가는 한 채당 1백50만 달러가 넘는다. 40년이 지나는 동안 집값은 40배로 오른 셈이다. 부동산 투자는 마치 무거운 수레바퀴와 같다. 끌고 가기가 힘들어 그렇지 억지로라도 가다보면 언젠가는 잘했지 하는 보답이 온다.
불이 났나보다. 낸시다방만 남겨놓고 장기판이 있던 그곳이 잿더미로 변했다. 몇 달 전 일이다. 마음이 쓰리다. 우리 교민들과 많은 인연이 있던 곳 이었는데...
일본 식당도 있었고 한국식당도 있었다. 세탁소도 있었고, ...이렇게 많은 교민들 생활의 일터였었는데 지금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철제 담장에 싸여있는 시들한 땅 뿐이다.
그 자리에 무엇이 올라올까? 똑같은 상가? 아니면 주택?하나 분명한 것은 무엇이 들어서건 간에 과거 보다는 공간의 여유가 빡빡할 거다. 시정부는 당연히 상가를 원할 거다. 잘나가는 상점이 들어서면 금전 계산기 작동 할 때마다 상품 판매세 수입이 짭짤할 테니 말이다. 주택이 들어서면 그만큼 서비스 부담만 늘어나는 셈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우리가 사는 이 실리콘 밸리는 미국에서도 제일 부자동네라고 한다. 그런데 바깥에서 처음 와보는 사람들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지 의문이다. 외모 상으로 말이다. 산호세 다운타운은 그런대로 많이 변했다. 허지만 여기 메뚜기촌?여기도 많이 변했다. 그러나 40년 50년 이라는 세월을 놓고 본다면 거북이 촌이다. 그래 거북이.
메뚜기촌 거북이? 거북이촌 메뚜기? 아니면 메뚜기와 거북이?이래서 또 하나 제목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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