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수 감사절엔 네바다에 있는 시누이댁에 갔었다. 시누이가 조지아주로 이사하느라 이번 추수감사절은 집에 우리 세식구만 있을 상황이었다. 동갑내기 친구의 연락은 쓸쓸한 추수감사절을 즐겁게 지내게 해주었다.
물론 준비하고 신경쓸 게 없는 건 아니었다. 친구 가족이 오기 때문에 집안 정리도 필요할 테고 음식 준비도 필요했다. 친구 가족이 오기 하루 전날 남편은 집안에서 벼룩을 발견했고 태어나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벼룩 때문에 방역을 했다. 모든 이불과 천으로 만든 제품은 모두 살균 세탁을 했다. 간만에 손님이 오시기 때문에 집안 정리는 끝이 없었다. 뒷마당에 잡초를 없애야 했고 창고가 된 손님방은 여행갈 준비로 큰 가방들이 방안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들 방은 수많은 레고들이 산을 이뤘는데 치우려 하니 손도 못 대게 했다.
어쩔 수 없이 청소는 포기하고 요리 준비를 했다. 홀푸드에서 패키지로 사서 데우기만 했는데 작년 시누이가 준비할 때는 쉽게 보였는데 사서 데우는 것도 어떤 순서로 먼저 데울 지 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친구 가족이 드디어 집에 왔고 준비된 요리를 대접하고 아이들이 심심할까봐 보드게임을 꺼내놓고 설거지를 시작하려고 디시워셔를 돌리는데 갑자기 손님방에 연결되어 있는 욕실 배수구에서 물이 올라왔다. 걸레를 가져다 물을 막고 버킷을 가져다 물을 걷었다. 싱크에서 직접 설거지 하면 넘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넘쳤다. 설거지를 포기했더니 매 끼니마다 쓴 그릇이 산을 이뤘고 집은 점점 아수라장이 되었다.
제대로 준비된 것도 없었고 집도 손님을 초대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음식도 제대로 준비 못해서 마음이 급했다. 손님을 불러놓고 집 배수구에 문제가 생겼다. 내 마음은 미안했지만 그들은 즐겁게 지냈다. 함께 있기에 신경쓸 것이 많아진 것뿐이지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와서 기뻤고 누추했고 준비되지 않았지만 배불리 먹고 즐겼다. 배수구가 넘쳤을 때는 같이 치우려고 애썼고 늦은 저녁까지 애들은 서로 깔깔거리며 웃어서 좋았다. 새벽에 잠을 잤고 잠도 설쳤을 텐데 아침밥을 올려 놓으려 나온 나를 보러 까치머리가 된 채로 방에서 나온 친구네도 재미있었다.
이게 사람느낌나는 추수 감사절이 아닐까?
이번은 제대로 망쳤지만 내년엔 제대로 해야지 다짐한다. 내년엔 시누이가 조지아주에서 캘리포니아로 아이셋과 남편이랑 운전해서 오겠다고 하는데 어떨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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