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미소니언 아메리칸 아트 박물관(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3
▶ 뮤지엄의 백미, 백남준 작품...감탄사 절로, 렌윅 갤러리

Nam June Paik(백남준) Electronic Superhighway: Continental US (1995)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방대한 미국 미술 컬렉션 범위
스미소니언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에 소장되어 있는 방대한 양의 영구 보관 작품들과 현재 전시되고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그리고 집약적으로 소개할 수 있을까? 시대를 따라가며 연대기 순서로 그리고 특별 전시를 순서대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미 미국 초기의 낭만주의 미술과 허드슨 리버 학파 그리고 인디언에 쏟은 관심까지 지난달에 이야기하였다. 이곳은 본격적으로 20세기 들어서서의 미국 미술, 그리고 21세기 현재의 미국 미술의 동향을 두루 두루 꿰뚫을 수 있는 곳이다. 미술사를 대부분의 대학에서 필수 교양 (core course)로 택하는 이유가 미술을 통해서 그 시대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를 두루 배우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세계 대전이 있었다. 미국은 1차와 2차 대전 그 사이의 기간인 1930년대에 아마 미국 역사상 가장 배고픈 시기를 경험하게 된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문화고 미술이고 들여다 볼 여유가 생기는 법이므로 이 시기에 예술가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의문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미국을 경험하기
루스벨트 대통령은 30년대에 뉴딜 정책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자 하였다. 마찬가지로, 연방정부는 미술가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펴면서 미국의 자연과 미국인 미국의 생활에 초점을 두는 작품 활동을 장려하였다. 2차 대전까지 지속된 이 정책으로 인해 많은 작가들은 미국의 자연, 산업 활동, 미국의 새로운 문화를 그리며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
20세기 미국 미술의 대표작가 중 하나인 릴리 프레디도 그중 하나이며, 지하철을 타고 가는 사람들을 그렸다. 자신도 탑승객 중의 하나인 것 같은 눈높이로 다른 승객들의 모습을 친근하게 그리고 있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불문율 가운데 잡지를 보거나 졸고 있는 승객 가운데도 힐끗 옆 사람의 신문이나 화장을 하는 모습을 곁눈질로 훔쳐보는 장면 등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오른쪽 전면의 친구로 보이는 두 여인 외에는 대화도 교류도 없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 지하철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점점 짙어가는 미국 도시인들의 고독과 소외감을 집약하여 보여준다. 19세기 도미에의 ‘삼등칸’의 노동자들의 지치고 어두운 모습과 비교해 볼 때, 이들은 밝고 잘 차려 입었고, 전문직 종사자와 노동자가 동등하게 섞여 있으나, 여전히 음울함으로 덮여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2차 대전이 끝난 1950년대까지도 지속되었다.

▲Pablo Picasso, Femme au beret orange et au col de fourrure (Marie Therese). 1937, oil on canvas, 24 1/8 x 18 1/8 in. ⓒ2015 Estate of Pablo Picasso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Gabriel Dawe, Plexus A1, 2015, Renwick Gallery of the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Courtesy Conduit Gallery, Photos by Ron Blunt
▲John Grade, Middle Fork(Cascades), 2015, reclaimed old-growth western red cedar. 26 x 18 x 26 ft. Courtesy of John Grade, Photos by Ron Blunt.
▲Edward Hopper, Cape Cod Morning, 1950, oil on canvas.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Gift of the Sara Roby Foundation
▲Joan Miro, Femme, 1978, oil on canvas, 36 1/4 x 28 3/4 in. ⓒ Successio Miro/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 ADAGP, Paris 2015
▲Robert Rauchenberg Reservoir 1961. oil, wood, graphite, fabric, metal, and rubber on canvas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Alexander Calder, Antraigues, 1966, painted steel and aluminum, 78 3/4 x 88 x 33 1/2 in., ⓒ2015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20세기 이후 미국미술 동향 한눈에...“미국역사 여기 다 있네”
추상과 구상 미술이 공존
대공황을 겪는 1930년대 동시대에 혹은 그 이전 1차 대전으로 인해 유럽에서 피난을 온 미술가들에 의해서 미국에 유럽 미술이 자연스럽게 전파되었다. 다다이스트 뒤샹과 야수파, 입체파 작가들이 그들이었고, 미국 초기 모더니즘은 이렇게 구상과 추상이 혼용되어져서 미국이라는 토양에 접목되어 새로운 양상으로 꽃을 피웠다. 대표적인 작가로 스튜어트 데이비스나 조지아 오키프가 있다. 특히 후자는 알프레드 스티그리츠라는 사진작가이자 화랑 주인을 만나 후원을 받으며, 새로운 미국 미술의 지평을 열게 되는데, 당시의 어둡거나 도시적이거나 산업화 기계시대를 그리던 미국 미술에 여성적인 따스함으로 특히 꽃그림을 크게 확대하여 제작하였다.
후대에 여성주의 작가들은 그녀의 꽃그림에 대하여 분석하기를, 여성 성기를 표현함으로써 억압된 여성의 성을 표현하는 여성주의 작가들의 선조라고 보고 있다. 작가 자신은 그런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하며 인터뷰도 회피하였다고 하는데, 작가의 의도와 받아들이는 관객 사이의 합치되지 않는 간극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미국 초기 모더니즘의 대표적 작가는 에드워드 하퍼이다. 그는 언뜻 사실적으로 미국의 주변 풍경, 즉 마을, 카페, 주유소, 고속도로 등을 덤덤히 그리는 듯이 보이나, 단순해지고 평평해진 공간감과 형태는 마네의 모더니즘을 연상케 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당시 미국이 안고 있는 사회적 부작용을 표현하였다. 산업화 도시화로 비인간화되어 가고, 대중 속에서 고독과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풍요로워진 미국
전쟁과 공황이 끝나고 2차 산업혁명으로 베이비부머 시대를 맞는 미국은 대량 생산된 공산품들을 누리고 산업화에 따른 각종 광고의 홍수가 점점 밀려들기 시작한다. 미국의 최대 영웅적 작가 잭슨 폴록을 위시로 한 추상 표현주의는 최초의 ‘미국적’ 미술로 순수하게 미국산이라고 자부하지만, 우울한 그들의 붓놀림의 추상은 점점 관객과 괴리감을 조장했고 외면당하기 시작한다.
알아볼 수 있는 쉬운 이미지, 대량 생산품, 영화배우, 익숙한 사인, 실제 레디메이드를 작품으로 가져오든지 이미지를 차용하든지 하는 팝아트가 등장한 것이다. 라우젠버그나 제스퍼 존스등이 팝아트를 연 작가들로서 이들은 네오 다다라고 한다.
실제 사물을 평면에 붙이거나 실제 사물 위에 물감을 뿌리기도 하는 라우젠버그는 기존의 추상 표현주의와 팝아트를 접목시킨 작가로 평가받는다. 초현실주의와 추상미술, 이 두 가지가 20세기 초 중반의 미국미술을 만들어 가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조들이다. 호앙 미로, 피카소, 알렉산더 칼더 등이 그들이고, 뉴욕 구겐하임 뮤지엄의 창시자 페기 구겐하임은, 그런 의미에서 미로의 작품과 칼더의 모빌 작품을 귀고리로 만들어 짝이 다르게 착용하였다고 한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스미소니언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의 백미는 백남준의 작품이다. 한국인으로 최초로 세계 미술사에 족적을 남겼을 뿐 아니라, 서양 미술사에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준 천재 작가. 그러나 필자는 그에 대한 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본다. 전시도 저서도 연구도 그렇다. 한국에서는 백남준 관련 연구소나 미술관 등이 여러 개 있는데, 아직까지도 글로벌하게 충분히 홍보되지는 못했다.
그런 면에서 이 미술관은 고마운 곳이다. 백남준의 조카가 소장했던 그의 작업실 전체를 기증받았고, 백남준 아카이브를 소중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영구 전시되고 있는 “전자 초고속도로”라는 작품은 유럽서 미국에 도착해 광활하지만 잘 연결된 고속도로를 보고 만든 작품이라고는 하나, 그의 천재성은 수년 후 전개될 인터넷 세상을 예견한 듯하다. 각 주마다의 특성을 각각의 텔레비전 모니터 안에 담았다. 삶의 일상용품을 미술로 끌어들인 그의 태도는 포스트 모던시대로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길이 역사에 남을 것이다.
새로 문을 연 렌윅 갤러리
잠깐 소개했던 미국의 루브르 같다는 렌윅 갤러리는 백악관 옆 다른 장소에 위치하고 있지만 스미소니언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에 속해 있다. 몇 년간의 재건축에 이어 지난달 새롭게 오픈하면서 9명의 현대 미술가들의 설치 작품을 “경이로움(Wonder)”라는 제목 하에 전시하고 있다. 이 작가들은 전통적이지 않은 그러나 쉽게 주변에 있는 재료들을 사용하여 큰 스케일의 설치 작품으로 만들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와우”하는 놀라움을 선사하고자 한다.
이 작품들 가운데는 베트남 참전용사 기림비의 작가인 마야 린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어 반가웠다. 마야 린은 예일대학교 졸업반 시절 개인 신상을 가리고 했던 경연대회에서 일등을 하여, 베트남 참전용사 기림비를 워싱턴 내셔널 몰에 설치한 후, 중국계 나이어린 여성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공격을 받아야 했던 천재 건축가이자 조각가이다. 이 전시는 향 후 몇 십년간의 미국 미술의 큰 축을 견고하게 선언하고 있으며, 우리의 감성훈련을 위해서 반드시 보아야 하는 전시이다.
●주소: 800 G Street NW, Washington, DC 20001
●문의: (202) 633-1000
●개장시간: 오전 11:30- 오후 7:00
●갤러리 플레이스-차이나 타운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찾을 수 있다.
이정실 미술사 박사
●Atr Historian, Professor of WUV
●artrio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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