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교시절을 보내던 70년대 말 한 일간신문에는 챨스 먼로 슐츠라는 애니메이션 작가가 그린 4칸짜리 만화가 “Love is…”라는 제목으로 매일 연재되기 시작하여 대학을 마치던 80년대 중반까지 계속되었다.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였는데, 나는 두 주인공의 그림이 심플하고 귀여워 즐겨 따라 그리기를 좋아했다. 또 작가의 사랑에 대한 정의가 누에고치 실 풀리듯 끝없이 술술 풀려나오는 매우 창의적인 것에 매료되었었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이란 말을 여러 측면에서 말할 수 있을까! 그가 하는 사랑 개념은 어느 것 하나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고, 그의 상상력에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그의 사랑 개념은 다각적인 면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 또한 끊임없이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내 삶 속에서 꺼내보면서 그 시절엔 매우 추상적이고 남녀간의 사랑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양육하며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면서 보다 보편적인 사랑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고 보다 구체적인 개념으로 자연스레 변화되었다.
요즘 들어 내가 정리한 사랑이란, “말로만 ‘사랑해’라고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 그것을 실천으로 옮겨 변화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는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내포되어 있으며, 바로 그 ‘배려심’의 발동 자체가 추상적인 사랑을 구체화시키려는 실천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어느 가수의 ‘사랑이야’라는 유행가가 떠오른다. “사랑이란 왠지 모른 척해도 관심이 있는 게 사랑이야. 그대 믿을 수 없어 애타는 마음이 사랑이야. 그대 소중한 것을 모두 다 주는 게 사랑이야. 사랑이야.”
‘관심’과 ‘그대 소중한 것을 모두 다 주는 것’이라는 것이 바로 실천을 내포한 사랑의 완성을 말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사랑 개념은 나의 매우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것을 선호하는 성격에 기초한 것이라 생각된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내가 고생하는 걸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면 나는 이 사람이 정말 날 사랑하는 걸까? 하고 금방 의구심이 생길 뿐만 아니라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 단순히 좋아한다는 감정적인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 뒤에 실천적인 내용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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