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는 이스라엘 친구다. 둘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모국에서 온 지 몇 년 안되었고 낯선 곳에서 모르는 친구들 속에서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니 서로 없으면 못살듯이 지냈다. 잠시 한국에 갔다왔는데 아들은 친구가 보고싶었는지 친구네 가서 자겠다고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마침 그애 집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전에도 슬립오버를 몇 번 시켰기 때문에 바로 수락했다.
문제는 그 후 다른 한국 엄마들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렸다. 슬립오버 이야기를 안했는데 갑자기 화제가 세상이 무섭다 보니 애들을 함부로 슬립오버를 시킬 수 없다는 거였다. 아들이 문제없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오히려 아들이 더 걱정이라는 거다. 아이들이 친구의 부모, 형제, 남매에 의해 사고가 날 수 있고, 애들을 간지럽혀서 웃다가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세상이 무섭긴 하지만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생겼다. 연락해서 약속을 취소할지 고민되었다. 또는 그 동안 슬립오버할 때 사고는 없었을지 불안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물어보자니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고민되었다. 친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안되겠다는 생각과 어떻게 하면 될지 고민이 쌓였다.
우선 친구를 초대해서 우리집에서 잔다면 이후 발생할 사고는 막을 수 있을 듯 싶었다. 그 다음 아들에게 조심히 물어봤다. 친구 가족이 어떻게 잘해주는지 물어보고 장난을 어떻게 치고 어떻게 재미있게 노는지 궁금하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아들은 별생각없이 이야기해 주었고 안심했다.
친구가 우리집에 와서 둘은 신나게 놀았다. 내 할 일은 애들이 배고프면 먹을 것을 챙겨줄 뿐이었다. 중간 중간에 애들 사진을 찍어서 아이엄마에게 사진을 보내줬다. 애들끼리 알아서 노는 건데 아들이 친구네 집에 갔을 때도 똑같을 거 같았다. 너무 걱정했다. 친구가족이 이상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별일 없었을 텐데 약속도 바꾸고 아들에게 물어보기 위해 괜히 힘뺐다. 세상이 무서워도 믿을 사람은 믿고 살아야 하는데 그만큼 친구 가족을 못 믿은 듯해서 미안했다. 그래도 조심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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