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생기고 난 후의 여행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편이 싸다는 이유로 경유편이 있는 칸쿤 행 새벽 항공편을 끊었을 때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전에는 저가 항공편을 여러 번 갈아타는 것도, 추운 날 길바닥에서 자는 것도 전혀 힘들지 않았는데, 아기가 생기고 나니 그런 일들이 버겁게 느껴졌다. 사실 장거리 여행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여러 차례 이런 얘기를 해봤지만 남편의 실망한 눈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결국 몇 번의 말다툼과 화해 끝에 복잡한 심경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낯을 가리기 시작해엄마 껌딱지가 된 딸은 비행 내내 ‘내’ 차지였다. 도착 후에도 딸은 잠만 깨면 ‘내’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이럴 줄 알았어’ 했는데, 잊었던 휴식의 소중함이 여행 이틀째에 찾아왔다. 밤새 아기와 씨름하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뜨니 새파란 바다와 하얀 모래밭이 눈에 들어왔다. 생기 넘치는 야자나무가 바람에 멋지게 흔들리고 있었다. 딸을 안고 오래오래 창문 앞에 서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감상했다. 사실 그게 칸쿤에서 4박5일간 한 일의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낯선 풍경 속에 서는 자체가 일상의 반복에서 오는 피곤함을 잊게 해주었다.
남편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게 고마웠다. 여행과 휴식의 즐거움을 잊지 않은 남편 덕분에 육아로 인해 잊고 있던 나 자신과 서로를 살펴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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