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렬한 비바람 속에서 어두움이 흠뻑 젖어 깨어나고 있다. 밤새 받은 우주의 정기로 또 하루가 새롭게 열리고 있음이다. 손가락으로 세일 수 있을 만큼 남은 한해, 출렁이는 불빛 속에 거리는 사람들의 발길로 바쁘다. 여기저기 갖가지 파티들로, 크리스마스 선물준비로, 오랫만에 가족을 찾아가는 걸음들로…. 일년 중 가장 사랑하는 마음들로 밝게 빛나는 때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밝은 빛은 한쪽으로는 그림자를 드리운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듯 어렵고 외로운 처지의 사람들은 자신의 어두움이 더욱 도드라지게 느껴지는 때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어쩌면 미국이라는 새로운 곳에 온 뒤로부터 왠지 명절이 오면 내마음에는 빛과 그림자가 같이 들어온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아닌 이질적인 문화와 언어로 인해서, 고국에 있는 많은 정든 가족들과 친구들이 더욱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장성한 아들과 딸도 있고 이곳에서 만나 정든 친구들도 있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가끔씩 부는 차가운 바람은, 어쩔 수 없는 실향인의 깊은 향수이리라.
몇년 전까지 나의 정원 한구석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주인인 양, 쏟아지는 햇살을 모두 독차지하며, 그 큰 몸집만큼 그늘을 드리웠다. 가을이면 떨어지는 솔잎들을 청소해야 하는 이웃들에게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화초들은 끽 소리도 못하고 숨죽여 살며 꽃을 피우지 못했다. 어렵사리 마음을 먹고 베어 내었는데, 그후로 햇빛은 따스하게 온 정원을 고루 어루만지어, 정원 식구들은 그야말로 화기애애하다. 예쁜 꽃들이 피어나고 벌과 나비 같은 친구들도 놀러온다. 정원사의 재치로 고목이 베인 곳을 파서 나무등걸 속에 ‘프린세스 플라워’를 심어 놓으니, 일년내내 보랏빛 꽃을 피우며 고목과 한몸인 양 그 조화가 멋들어진다. 그 큰 그림자 때문에 억울하게 베어내어졌지만, 아마 고목도 행복하리라고 위로해 본다.
우린 어쩔 수 없이 알게 모르게 다른 이들에게 그림자를 만들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그림자가 너무 진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항상 돌아봄은, 같이 더불어 사는 우리들의 삶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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