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두 주의 짧은 기간이었으나, 지난 번 러시아 여행으로 인해 내 머리 속에 헝클어지듯 담겨져 있던 그들의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문학, 음악, 예술에 대한 인상과 1954년부터 1991년까지 국가안전 명목으로 국내외에 수많은 스파이를 두어 미국인을 적대시하며 본 국민들을 감시하던 군대 비밀첩보기관 KGB의 무서운 이야기들이 대략 정돈 되었다.
홍보용으로 많이 쓰여 눈에 익은 붉은 광장(Red Square)에 위치한 450여년 된 성 바실 (St. Basil) 성당은 사진에서 본 그대로 화려한 색상과 양파모양의 지붕 건축양식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옆의 크렘린 궁전은 KGB 소굴(?)처럼 불렸던 음산한 역사와는 달리 깔끔한 거리에 잘 정돈된 삼각형 모습으로 한쪽 면은 모스크바 강을 따라 있으며, 빨간 벽돌로 넓게 둘러싼 궁전은 싸늘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차분한 인상을 주었다. 그 안에는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이 있고 가운데에는 러시아 정교회 성당이 다섯 개나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의아했으나, 아마도 거의 천년에 걸쳐 섬긴 국교였으니 그들의 삶의 기초였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련연방시절 정교회를 박해하는 난리 통 속에 다섯 개 성당의 하나는 앞부분 높은 곳에 그려진 성모마리아를 몇 신도들이 벽돌로 자연스럽게 덮어 가려지게 하여 파괴됨을 모면했다가 최근에 그 사실이 밝혀져 다시 그 모습이 원상복구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죽음에까지도 이를 수 있는 박해를 무릅쓴 신도들의 용감한 행동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요즈음은 기독교 교파가 하도 많아 모두 나열하기도 어렵지만 원래 기독교 교회는 하나였다. 예수그리스도의 부활 이후, 마가의 다락방에 모인 백 여 명의 사람들로부터 기독교 공동체, 즉 예수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교회 공동체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교회는 소아시아와 로마, 스페인, 북아프리카 등지로 활발하게 퍼져나가며 다섯 개의 교구로 조직화 되었었다. 로마, 콘스탄티노플, 알렉산드리아, 안디옥, 그리고 예루살렘 등 다섯 개의 대교구가 형성되었다가, 1054년 강한 힘을 지닌 로마 대교구에 의하여 로마를 중심으로 한 서쪽의 서방정교회(로마가톨릭교회)와 로마 동쪽의 그리스, 불가리아, 폴란드, 러시아, 체코의 교구가 함하여 동방정교회, 혹은 희랍정교회라고도 불리는 교회로 나눠지게 되었다. 정교회(正敎會)란 정통교회(Orthodox Church)의 줄임 말이다. 신학사상과 교리가 희랍어로 되어있고 희랍철학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정(正)교회는 자기들이 정통교리를 수호하는 교회라는 자부심에서였다고 한다.
로마 가톨릭교회를 한국에서는 천주님(하나님)의 교회라는 뜻에서 천주교라 부른다. 또한 1517년 로마 가톨릭 교회 사제였던 독일인 마틴 루터 신부가 로마교회의 부패와 타락을 비판하여 시작한 종교개혁 후 여러 개신교 교파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 중 내가 속해있는 연합감리교회는 United Brethern Church와 Methodist Church가 합류하기로 결정하여 1968년에 태어난 United Methodist Church이다.
오래 된 동방정교회의 역사를 갖고 있는 러시아지만 1931년 러시아혁명으로 시작해 1991년까지 지속된 60년간의 종교박해로 많은 정신적, 물질적, 영적 유산은 손실되었고 새로이 정교회를 이어갈 지도자들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1991년 종교의 자유가 인정된 후 미국과 한국에서 미 연합 감리교회를 비롯한 많은 개신교 교파들이 러시아에 보낸 선교사들이 많은 노력으로 적극적인 선교활동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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