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밥하기가 조금은 지겨워질 때가 있다. 매일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이지만, 누군가 함께 식사하자 불러주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도 그저 만나면 즐겁고, 그 즐거움을 수다로 시간을 보내며 친구들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건너편 테이블에, 젊었을 적엔 금발이었을 것만 같은 희다 못해 은색으로 보이는 짧은 머리의 백인 할머니가, 낳은 지 얼마 안 된 아주 조그만 어린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고 계셨다.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보기 좋아서 잠시 쳐다보고 있었다.
당연히 엄마로 보이진 않았다. 잘 알아볼 순 없지만 가슴에 뱃지를 달고 계셨으니까… 분명 봉사자일거라 우린 모두 얘기했다. 참 이상하게도 미국에서는 보기드문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한국부모라면 딸은 응당 식탁에 편히 앉아 식사하고, 엄마는 옆에서 아기를 어르고 서있는 그 흔한 모습이 여기서는 드물었다. 연세가 있어 보였지만, 얼굴에는 사랑과 기쁨으로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가족과 함께 모여 살기 어려운 미국에서는 참으로 감사한 도움일 것 같았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앞으로의 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의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중요할 것 같다.
거꾸로 요즘 한국에서는 3포, 5포를 넘어 7포세대 라는 말이 있다. 5가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 – 연애, 결혼, 출산, 집, 인간관계…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3포에서, 내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해야 하는 5포세대란다.
너무 경쟁이 치열한 사회가 되다보니 남에 대한 배려가 쉽지 않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다음세대 아이들이 부모들의 과잉보호로 인해 많이 연약한 것 또한 사실 아닐까?
다 큰 자녀가 회사에 결근을 해도 부모가 대신 연락을 해주고, 조금만 힘들면 바로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받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그 도움을 주면서 살아가는 우리가 바로 사회인이다. 하지만, 내 가족만이 아닌, 고개를 조금만 더 돌려 남도 바라보면서 함께 살아가는 배려의 마음이 추워지는 겨울, 우리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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