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유엔 여성 불평등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성평등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결과는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미국 내 여성 평등이 국제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임금격차는 평균 23%에 달했고, 소위 ‘선진국’ 가운데 출산휴가가 의무적으로 주어지지 않는 나라는 미국 밖에 없다고 한다. 최근 할리우드의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가 남자배우들과의 심각한 임금 격차와 배역 차별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놀라기도 했는데 ‘이런’ 문제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로와 보이는 미국의 민낯이 새삼 씁쓸했다.
최근 들어 여성문제와 관련된 기사가 눈에 띄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딸을 양육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딸을 낳아서 좋은 점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에 걸리는 건 아이가 앞으로 성장해 나갈 이 세상에 여성이어서 힘든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쓰고 있는 <여성의 창> 칼럼만 해도 만약 남성들의 목소리와 여성들의 목소리가 동등하게 취급되는 세상이라면, 그리고 여성들의 문제를 따로 논의하고 고민해야 할 필요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여성의 창>이란 이름으로 따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 어머니는 나에게 네가 앞으로 살 세상은 보다 평등하고 당신이 경험하시는 것과는 아주 다를 것이라고 말하곤 하셨지만, 근본적으로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걸 성장하면서 체득한 나는 딸에게 그런 말을 할 자신이 없다. 속상하지만, 세상의 다른 많은 문제와 마찬가지로 아마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고 딸은 내가 그랬듯 그 안에서 때로 부딪치고 때론 뛰어넘으며 성장해나갈 것이다.
딸에게 편하고 좋은 것만 경험하게 해줄 수는 없겠지만, 딸이 때로 현실의 벽을 느끼더라도, 그 앞에서 주저앉지 말고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현명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무엇보다 가장 가까이 있는 여성인 내가 좀더 마음이 건강한 성숙한 어른으로 매일매일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해내지 못하고 보여주지 못하는 일들을 아이에게 가르칠 수는 없는 법이니까. 결국 육아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엄마가 성장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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