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전 이맘 때가 떠오른다. 그때도 무언가 채 못이룬 것 같은 아쉬움 속에서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돌아보며, 조금은 숙연한 마음으로, 난 과연 잘살고 있는가, 과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자문하며, 또 새해에는 무언가 달라질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설레인 것은, 지금과 똑같은 심정이었다.
짧지 않은 세월을 보내면서, 변하지도 않고 해마다 똑같은 마음이 드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크게 보면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것이 별 색다를 것은 없겠지만, 어쨌든 우리에게 일년 365일을 기준으로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정돈된 마음으로 앞으로의 삶을 재정립할 수있는 계기가 되는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인 것 같다.
항상 똑같이 반복되며 무섭게 흐르는 세월 속에서 반란이라도 일으키듯, 며칠 전 한 지인이 내게 전한 말, ‘난 이제 순간에 살기로 했어’. 아, 그럴 수만 있다면…..! 앞도 끊어지고 뒤도 끊어진, 오로지 순간에 몰입해서 살 수 있는 삶! 그야말로 최상의 삶의 모습이리라.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은 것이, 지금껏 우리가 살아온 마음의 습관 때문이다. 마음이 항상 순간에 몰입하며 살기는 너무도 힘들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우리네 마음은 앞으로 내달렸다가, 어느새 과거로 가서 헤메다가, 또 어느새 온갖 것에 휘둘리고 있다.
들에서 아무렇게나 놓여 자라는 질긴 잡초마냥, 이 마음은 쉬지 않고 무언가를 원하고 성취하고 싶어하기 때문일 것 같다.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이 놓아지고 마음이 푹 쉬어지면, 아마도 순간에 마음을 다하는 삶이 조금 가능하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삶의 태도는 정말 존경스럽고 나 또한 그런 삶의 모습을 지향하고 싶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한해의 마지막 모퉁이를 돌며, 다시한번 자신을 돌아본다. 지난 일년동안 걸어온 삶의 자취 속에서, 채 연소되지 못하고 마음 이곳 저곳에 쓸데없이 남겨져, 온갖 부정적인 마음들을 일으킬 수 있는 좋지 않은 감정들은, 지금 소각시키지 않으면 머지않아 냄새를 풍길 쓰레기들이다.
말끔히 소각시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깨끗한 빈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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