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한창 들뜬 분위기 속에 갑자기 한일 양국 외교부 장관들이 일명‘ 위안부’ 협상의 전격 타결을공표하였다. 아베 총리가 일본정부의책임을 통감하며 깊은 사죄를 표명하고, 일본 정부가 약 830만 달러를 출원해 그 돈으로 한국정부가 재단을만들어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것이골자이다. 미 국무부와 유엔의 반기문 총장 등은 일제히 성명을 발표해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미^일 정부는 축배를 드는데, 정작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가슴을 치시는 게아닌가. 지난 20여 년간 문제해결에앞장서 온 이용수 할머니는“ 합의안을 전부 무시하겠다”며 “우리가 돈때문에 이 오랜 세월 외쳐온 줄 아느냐!”고 절규하신다.
종전 후에도 오랜 세월 침묵 속에감추어져 있던 끔찍한 반인륜 범죄는 할머니들이 온갖 수치심과 두려움을 떨치고 세상에 나와 폭로한 덕분에 전 세계에 알려지고 세계의 양심은 할머니들 편을 들게 되었다. 일본제국이 1932년부터 2차 대전이 끝나기까지 저지른 성노예 제도는 국가범죄 중에서도 ‘전쟁범죄’이며 ‘반인륜적 인권침해’로 인식되었고, 망언과역사왜곡을 반복하던 일본은 세계적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이어 미주 한인사회의 노력으로 연방의회가 할머니들 편에 서게 되면서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에 전환점이찾아왔다. 지난 2007년 연방의회에서 일명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다른 국가들에서도 연이어 국가차원의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그 이후에도 한인사회는 미국 도처 공공부지에 기림비와 소녀상을 세우고 매년 연방의회에서 결의안 통과기념행사 등을 열면서 일본을 압박하고 할머니들께 힘을 드려 왔다.
그런데 이번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자고 나선 한일 양국의 합의가 다시 할머니들을 울게 만들었다. 할머니들의 말씀은 이렇다. 일본군 성노예 시스템은 국가 주도 하에저질러진 전쟁범죄였고, 수십만명의여성들을 강제로 끌고 가 저지른 반인륜 범죄였기 때문에 일본 국가 차원의 책임인정과 사과 그리고 법적배상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합의 타결 후 일본으로 돌아간 기시다 외무상은 “우리가잃은 것은 10억 엔뿐”이라고 했다. 바로 일본이‘ 통감’한다고 한 그‘ 책임’은 할머니들이 요구했던 ‘법적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일본입장보다 하나도 더 내준 것이 없다는 말이다. 합의문에는 소녀상을 처리하라는 요구도 들어 있다. 또한 한국이 더 이상 이 문제를 가지고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일본을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침묵서약마저 포함되어 있다.
글렌데일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가주한미포럼에는 28일 아침 일본 언론들로부터“ 이제 글렌데일 소녀상도철거할 것인가?”라는 문의가 쏟아져들어왔다. 이러고도‘ 최종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해결을 했다며 한국정부가 축배를 들 수 있을까.
이번 합의는 위안부 피해 문제 제기가 한미일 간 국가적 협력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미국, 일본, 한국정권의 정치적 이해가 맞아 떨어져서나온 것이다. 그 결과 20여년간 정의로운 해결을 외쳐온 할머니들과 국제사회의 노력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지금도 한국, 중국, 대만, 북한, 필리핀,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말레이시아,베트남 등지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이 잘못된 합의를 폐기하고, 일본이 제대로 된 해결을 하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이미 뉴욕 타임스, 가디언 등 주요언론들과 학자들, 그리고 엠네스티 등국제인권단체들은 피해자들을 외면한합의안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을 두려워하고, 미국은 여론을 두려워한다. 여기에 미주한인사회가 다시 한번 힘을 낼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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