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부터 유급병가(PaidSick Leave)와 관련된 문의가 늘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유급병가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법이 시행된 지 반년이 되면서 직원들이 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고, 고용주들은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 지 궁금한 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시행 첫해이고, 법안 단어들 자체가 모호한 경우도 많고,주관기관인 캘리포니아 주 노동청에서도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놓지않아서, 직원과 고용주 모두에게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개중에는 어떻게든 병가를 주지않고 어물쩍 넘어가려고 그 방안(?)을 집요할 정도로 물어오는 고용주들도 있다. “ 병가를 안주려고 아무리 머리를 써도 방법이 없다. 24시간치 임금 더 주게 됐다고 인정하고,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도구로 병가를 이용하라.”고 조언을 하지만 그래도 받아들이지 않는 고용주들이 있다.
어떤 고용주들은 “병가는 다 거짓말이고 (직원들이) 그냥 놀려고쓰는 것이다”라는 주장을 펼치며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한다.
물론 손익 분기점에서 고전하는고용주, 특히 최저임금에 의존한 노동 집약적 사업을 하는 스몰비즈니스 업주들이 직원들에게 병가를 주는 일은 쉽지 않다. 싼 노동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만 하는 업종의 고용주들에게 직원들의 병가는 재정적으로 그만큼의 타격이 된다. 하지만 회사의 수입대차 대조표에서 눈을 들어 직원들을 인간 대 인간의 관계 속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직원으로 일했을 때 나는어떤 생각이었는지 생각해 볼 수있지 않을까?
노동법상 고용주가 휴일이나 휴가에 대해 임금을 제공할 의무는 원천적으로 없다. ‘무노동 무임금’이 노동법 근간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은 기계가 아니어서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기관과 많은 회사들이 유급 휴일과 휴가란 제도를 유지해 왔고 그런 관례가 마치 법적 요구사항인 것처럼 이해될 뿐이다.
‘Sick Day’ 혹은 ‘ Sick Leave’로 불리는‘ 병가’도 마찬가지다. 회사 상황에 따라 병가 시스템을 제공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휴가와 병가를 묶어 임금이 지급되는 휴식시간이란 의미에서 ‘유급 휴식시간(Paid Time Off)’으로 통칭되며, 여기에 임금을 지급해주는 공휴일(PaidHolidays)까지 더해져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휴가혜택 (benefit)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병가 제공을 의무화한 이 법은 취지만 보면 정말 바람직하다. 특히 시간당 임금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몸이 아플 때 그날의 수입 걱정 없이 잠시라도 쉴 수 있다는 것은 혜택의 차원을 넘어 인권의 문제에 해당된다.
유급병가 제도가 시행되면서 근로자들은 아플 경우 쉬거나 병원에가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인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직원들은 더 이상 고용주의 눈치만 보며 안절부절 못하던데서 벗어나 명확한 개념을 가지고 병가를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고용주들의 반박도 타당하다. 현재 법적 해석으로는 직원들이 병가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해도 고용주들은 차별이나 보복 소송에 걸릴 위험 때문에 제재하기가 어렵다. 고용주가 이를 미리 통보받지 못하고 대체 인력조차 구하지 못할 경우 사업에 타격이 미칠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는 해도 법을 피할 수는 없다. 그걸 어떻게든 피해 가려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방식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우리 모두 아프면 쉬고 싶다. 그때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함으로써 새로운 활력을 얻고 돌아와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고용주에게도 득이 될 것이다. 법적 권리로 부여된 병가를 직원들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독려해 주고, 이 과정에서 고용주가 직원들을 아끼고 배려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오히려 윈-윈이 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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