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원지기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일이 얼마나 신비롭고 경이로운지 해 갈수록 놀랍다. 정원의 꽃을 가꾸는 나의 의지에 따라 행복과 슬픔의 꽃이 피고, 때로는 미움과 시기, 그리고 질투의 꽃이 피기도 한다. 이 꽃들은 내 스스로 만들어 피기도 하지만, 밖에서 날아든 꽃씨 때문에 고통스러워도, 거절하고 여과시킬 힘이 없을 때는 그냥 속절없이 피기도 한다. 조금만 게으르거나 사는 것에 바빠 방치하면 억센 잡초가 신났다고 주인 행세를 하고있다.
이 정원은 신기한 능력이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향기로 모습을 나타내며 항상 살아 움직인다. 어떤 향은 살랑대는 봄바람 같이 싱그러운 것도 있고, 타오르는 태양같이 정열적인 것도 있지만 가끔씩 지독한 악취가 나는것도 있다. 피고 바로 지는 것도 많지만 어떤 꽃은 신기하게도 평생을 가기도 한다. 내가 할일은 시시때때로 정원을 둘러보고, 잡초를 뽑아주고, 좋은 거름을 주고, 깨끗한 물도 뿌려주고, 깊이 갈아서 햇볓도 쪼여 주는 일이다.
나에게 주어진 세상에 단하나밖에 없는 귀하고 아름다운 이 정원은, 내가 이 세상에서 힘찬 첫울음으로 신고식을 하기도 전에, 부모님께서 큰 사랑과 꿈을 담아 이름을 지어주셨다. ‘동방인’에 ‘벼슬경’ 인경이다. 살다가 힘이 들때 스스로의 이름을 불러보면, 지금은 세상에 안계시는 부모님의 사랑이 느껴지며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가끔씩 생각나면 쓰곤 했던 정원일지를 새해부터는 될 수 있으면 빼먹지 말고 쓸려고 해본다. 하루 일을 끝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짧은 명상의 시간과 정원일지를 쓰는 시간은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거름이 될 것임을 확실히 믿는다. 날마다 나만의 공간에서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적으나마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갖는 것은, 내가 나와 진실하고 깊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해가 바뀌었으니 나의 정원에도 새 단장을 하고 싶다. 부정적이고 향기가 좋지 않은 꽃들은 미련둘 것없이 뿌리채 깊이 뽑아 버리고, 될 수 있으면 곱고 향기로운 꽃을 심고 싶다. 새해 벽두에서 올 한해도 부지런하고 성실한 정원지기가 될 것임을 스스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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