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대공황’으로 불리는 ‘대불황’ (Great Recession)이 시작된 시점으로는 2008년 9월 15일리먼 브러더스 파산을 꼽는다. 1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 4대투자 회사의 하나인 리먼이 망하자 ‘리먼이 망한다면 안전한 회사는 없다’는 불안감이 증폭됐고 주가 폭락과 기업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졌다. 리먼은 지금까지 미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파산이다.
그러나 불황의 조짐은 이보다 훨씬 먼저 나타났다. 2008년 금융 위기의 뇌관인 주택 버블의 붕괴는 오래전부터 예측돼 왔고 그 첫 번째 신호는 정작 주택 투자가들의 심리 상태에서 표출됐다. 이들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주택 건설자 지수(XHB)는 리먼 사태 2년 전인 2006년 이미 정점을 기록했으며 그 후 끝없이 추락, 2009년 초까지 80% 폭락했다.
2007년 가을에는 미 주가를 대표하는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정점을찍었다 이 때 14,000에 달했던 다우지수는 역시 2009년 초까지 폭락에 폭락을 거듭, 7,000선마저 깨졌다. 그 후 다우는 6년 동안 줄기찬 상승을 거듭, 작년 2월 18,000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거기가 정점이었다. 지난 6개월간 18,000과 17,000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던 다우는 올 들어 급속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우 지수는 지난 1주일 800 포인트 폭락하며 16,300대로 떨어졌는데 다우가 연초1주일 사이 이처럼 큰 폭으로 내려간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다우는 지금 작년 5월 최고치에서 10% 이상 떨어진 상태다.
다우의 이런 하락은 미 증시의 실상을 오도하고 있다. 상장된 기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군소 회사 주식은 이미 2014년 11월부터 하락세로 돌면서 지금까지 20% 넘게 추락했다.
20%가 넘는 하락을 증시에서는 ‘베어 마켓’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렇게보면 미 증시는 이미 ‘베어 마켓’ 상태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결과가 중국 경제의 둔화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는 잘못이다. 상하이 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6월인데 다우는이미 5월에 정점에 도달했다. 미국증시의 하락이 중국보다 먼저 시작된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 경기의 둔화가 미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물론이다. 작년 6월 5,100선을 기록했던 상하이 지수는 올 연초 들어 두 차례나 하루 7% 넘는 폭락을 기록하며 3,000선으로 주저앉았다. 지난 여름 하락후 다소 올랐던 상승분을 모두 까먹은 셈이다. 3,000선이 깨질 경우 다음지지 선은 주가 폭등이 시작된 2,000이다.
물론 주식이 떨어졌다고 반드시 불경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인 미국과 중국의 증시가 연초부터 폭락하는 것은 좋은 조짐이 아니다. 거기다 미국 주식은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1929년 대공황과 2008년 대불황 때를 제외하고는 유례가 없을 만큼 과대평가 돼 있고 지난 7년 간 조정다운 조정도 받지 않았다. 활황 증시의평균 수명이 7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활황이 끝난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지난 7년간 미국 경제를 떠받쳐 온것은 주택 경기의 회복과 중국 등 신흥국으로의 수출, 자동차 판매의 호조,애플 등 하이텍 기업의 선전, 석유와 곡물가의 상승 등이었다. 그러나 주택건설자 지수와 GM, 애플 등 주식은 모두 작년 대비 20% 이상 폭락했고 석유와 곡물가는 계속 내려가고 있으며중국 경기의 회복은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태에서올 미국 경기가 좋아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1929년 대공황 때도1933년 바닥을 친 경기는 회복하는가싶다가 1937년 다시 불황으로 빠져 들었다. 올해는 대불황이 시작된 지 8년이 되는 해다.
연초에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새해에는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데 이를 외면하는 것은 위험이 다가오는데 머리를 모래 속에 박고있는 타조와 다름없다. 새해 벽두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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