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회 상황에 따라 어린이를 보는 눈이 달랐다. 늘 전쟁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고대 스파르타에서는 중병에 걸렸거나 신체적으로 부실하다고 판정받은 어린이는 나라가 지정한 장소에 내다 버려야 했다. 그들에게 어린이는 앞으로 전쟁터에 나갈 군인이요 소모품이었다.
반면, 경제적 풍요를 누린 고대 아테네에서는 어린이를 충분히 놀게 했고 놀이를 통해 개성을 찾아내어 인격형성을 도모하는 교육을 추구했다.
중세기에 들어서는 어린이와 어른의 차이를 신체적 조건으로만 구분했지 사회적인 차이는 별로 두지 않았다. 즉, 어린이가 어느 정도 신체적으로 성장하면 자연스레 어른 세계에 뛰어들어 그들과 함께 섞여 일하며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 중앙집권식 국가를 세우고 사유재산을 인정하기 시작한 근대 유럽에서는 새내기 자본가들이 자신의 재산과 사업을 차세대가 이어받아 증식, 확장시킬 것을 기대함으로써 자연스레 차세대 어린이는 그들의 교육대상이 되었다.
시대와 상황은 달랐지만, 어린이로부터 어른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있었고 어른이란 개념도 분명했다. 그런데 요즘은 어디까지가 어린이고 어디서부터 어른인지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장난감에 관한 품평을 함으로써 연간 100만 달러 수입을 올리는 8세 소년이 있다. 나이는 분명 어리지만 경제적 자립은 어른 못지않게 이루었다. 그런가 하면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얻지 못해 부모의 집에 거처하며 부모가 타는 웰페어를 자신의 용돈으로 받아쓰는 28세 청년도 있다.
한국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대 미혼 남녀의 78%가 자신은 아직 어른(성인)이 아니라고 여긴다. 어른이 되는 나이가 몇 살인가라는 질문에는 평균 32세라고 대답했다.
미국에서는 21세 전에 술을 살 수 없다. 그렇지만, 18세가 되면 군대에 자원하고, 투표도 할 수 있고, 성인영화도 볼 수 있다. 부모 동의가 있으면 14세에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이렇듯, 숫자로 표기되는 어른의 정의가 들쑥날쑥 하기에 어른이라는 개념을 표현할 때 책임, 경제적 독립, 성숙, 판단력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나이만 먹는다고 돈을 많이 번다고 대학을 졸업했다고 무조건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 도대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프랑스혁명이 일어났을 때 상당수의 앙상레짐(구체제) 귀족들이 영국으로 망명했다. 순식간에 권력과 재산을 잃은 그들은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털어 놓았다. 그리고 그들은 물었다. 누구 때문에 혁명이 일어났을까. 구시대 정치체제 자체의 문제점 때문이라는 반성보다는 외부로부터의 침략 때문이라 여기고 해적 자본, 개신교, 프리메이슨 등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즉, 원인을 자신의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찾아 핑계거리를 만든 것이다.
여기서 어린이와 어른의 결정적 차이점을 엿볼 수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먼저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 즉 나의 밖에 존재하는 파워가 나와 세상의 모든 일을 조정하고 나의 자아실현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어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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