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LA 한인타운의 대표적 2개 대형마켓의 희비가 엇갈린 한 해였다. 아씨 수퍼는 17년간의 영업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가주마켓은 숱한 소문을 딛고 웨스턴 본점의 문을 5년 만에 다시 열었다.
남가주 한인마켓의 과열 경쟁과 그로 인한 경영난, 폐업 수순은 사실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마켓이 새로 오픈하고, 문을 닫고, 인수하는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씨 수퍼의 폐점은 체감 온도가 좀 달랐다. 한인타운 요지에서 오랫동안 자리한 존재감도 있겠지만, 한번 휘청한 뒤로 재기하지 못하는 과정을 그대로 지켜봤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제 살 깎는 출혈 경쟁 속에 가까스로 버티다가 위기가 닥치면 이겨낼 힘이 없는 제2의 아씨수퍼들이 대입돼 보였기 때문일까.
많아도 너무 많다. 도매마켓을 제외하고도 LA에는 총 10곳의 한인마켓이 영업 중이다. 이 중 9곳이 한인타운에 몰려있다. 웨스턴길은 ‘한인마켓 거리’와 같다. 1가부터 올림픽까지, 1.5마일 구간에 5개 마켓이 몰려 있다.
남가주에는 총 35곳, 도매를 빼면 33곳이다. 여기에 올해 라크라센터에 갤러리아 마켓이, 토랜스에는 H마트가 추가로 오픈한다. 마켓 수가 많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마켓들이 출혈경쟁 속 생존방법으로 지점수를 늘려 바잉파워를 확보하는 것을 택하기 때문이다. 성공하면 버티지만 실패하면 무너진다. 아씨 수퍼가 흔들리기 시작한 이유는 어바인에 무리하게 매장을 오픈한 탓이었고, 오픈 3년 만에 3개의 매장으로 빠르게 성장했던 만큼이나 빨리 시장에서 사라졌다.
소비자 입장에서 새 마켓 오픈 소식은 반갑다. 선택 폭도 넓어지고, 가격 부담도 줄어든다. 납품업자들 역시 판매망이 넓어지니 반길 만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다르다. 무리한 가격 경쟁으로 떨어진 품질은 소비자 몫이다.
벤더들은 “마켓들이 할인경쟁에 치우쳐 무리하게 세일과 프로모션을 요구할 때도 있다. 마켓이 한 둘이 아니다보니 다 진행하다보면 실익이 줄어든다“며 “신규 마켓의 경우 언제든 ‘떼일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물건을 넣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새로 문을 여는 마켓은 계속 생기는데, 남가주 전체 한인마켓 수는 수년 째 35개 선이다. 새로 생기는 만큼, 문을 닫는 곳도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파이의 크기는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상생을 위한 경쟁, 파이 자체를 키우는 지혜다.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해 대형 한인마켓이 없는 소도시로 판매망 확대를 해볼 수도 있고, 타인종 고객 유치가 답일 수도 있다.
마켓들이 장수하려면 고객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물건과 서비스로 승부하며 건강한 경쟁을 펼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안다. 그리고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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