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타임스 광장에서 2016년 새해를 맞이하려고 뉴요커들이 한창 들떠 있던 구랍 그믐날 밤 11시40분 경, 노스캐롤라이나 주 파옛빌이라는 군기지 도시의 한 교회에서는 60여명의 교인들이 모여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담임목사는 육군 상사 출신이자 시의원인 래리 라이트 목사. 라이트 목사가 설교하고 있을 때 한 손에는 자동 소총을 들고 다른 손에는 탄창을 든 청년이 들어왔다. 군복무 경력을 가진 목사는 금속의 번쩍임을 보고 직감적으로 실제 무기라고 판단했다.
회중들이 모두 단상을 응시하고 있을 때, 목사는 설교를 멈추고 청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Can I help you(제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습니까)?”라고 차분하게 물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목사의 물음에 청년은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실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목사는 청년의 총을 받아 한 교인에게 넘기고, 몇몇 교인들은 청년에게 다가와 토닥이며 그를 진정시켰다.
라이트 목사는 다시 단상으로 올라가 설교를 끝내고 청년을 불러 올렸다. 그리스도를 영접한 그에게 목사는 어느 교인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속삭였다.
경찰은 청년이 무기를 소지했지만 남을 위협하거나 해치지 않았으므로 체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수감생활을 했던 청년은 출옥해 결혼도 하며 새 인생을 살려 했지만 아내의 질병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심해지고, 군복무 중 생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겹치면서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은 지역 신문인 파옛빌 옵서버가 처음 보도한 후 CNN, CBS 등이 잇따라 보도함으로써 2016년 새해의 희망찬 첫 뉴스가 되었다.
미주 한인들도 인생의 많은 문제들을 안고 산다. 동부의 버지니아 공대에서, 서부의 오이코스 대학에서 발생한 한인관련 무차별 총격사건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자 미국에 왔지만 언어소통이 안돼 왕따를 당하고, 이로 인한 분노가 광폭하게 표출된 케이스이다. 우리 한인들에게도 도움이 필요한 데 마땅한 도움이 보이질 않는다.
어디 그 뿐인가? 어떤 사건이 터질 때 우리가 자주 쓰는 “조용히 덮자”는 말은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기보다 응급 처치의 수단을 쓰자는 뜻이다. 응급 처치는 완치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당장 눈앞의 일을 임기응변식으로 조치한 후 완치를 위한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6자회담 역시 완치보다는 응급처치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회담이 되어오다, 완치는커녕 상처가 더 곪아 버렸다. 북한의 반복적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지층이 흔들리고 있으니 한반도는 지진 활성 반도가 되었다. 어디에다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새해 들어 북한의 네 번째 핵실험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전 세계를 또다시 놀라게 했다. 마치 한 청년이 총을 들고 성전으로 뛰어든 것처럼, 핵무기를 들고 한반도로 뛰어든 이 젊은 위원장에게 누가 다가갈 것인가. 누가 다가가서 “Can I help you?”라고 물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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