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경제 ‘새해 쇼크’ 원인은-공급과잉·글로벌 저성장·이란 해제 맞물려
▶ 에너지 기업 직격탄, 원유 의존국 화폐 급락
새해부터 몰아닥친 세계경제의 패닉 도미노 현상으로 국가와 지역 등 국경을 불문하고 자산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서만 30% 가까이 추락했다. 공급과잉과 함께 저성장에 따른 수요 감소가 유가하락의 원인으로 꼽히며 불안감이 증권, 상품, 외환시장을 막론하고 충격파를 주고 있다. 특히 유가 변동에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기업들이 휘청거리면서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원유를 팔려면 오히려 웃돈을 줘야 하는‘마이너스 가격’ 등 기현상까지 낳고 있다.
■국경 불문, 증권·상품·외환시장 충격
국제유가는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8% 가량 추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2월 인도분은 26달러 지지선을 간신히 지켰고 브렌트유도 27달러 붕괴 직전까지 갔다.
국제유가를 급락시킨 요인은 공급과잉 및 글로벌 저성장 우려 탓이다. 이미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원유시장이 공급과잉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이 원유 수출을 제기하며 우려를 키웠다.
21일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뉴욕증시는 급락을 거듭해 주요지수는 모두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다우지수는 8.9%, S&P 500지수는 8.6% 그리고 나스닥은 10.7%나 하락했다.
유럽과 아시아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새해 들어 영국 런던의 FTSE 100지수는 7.0% 이상, 프랑스의 CAC 40지수는 9.2%, 독일의 DAX 30지수는 11.1% 추락했다.
한국의 코스피는 1,845.45로 중국 증시 폭락 사태가 일었던 지난해 8월24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지난해 6월24일 고점 대비 21% 떨어지면서 약세장으로 들어섰다.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화폐 가치는 덩달아 급락했다. 러시아 루블화는 심리적 지지선인 80달러 선이 붕괴돼 1달러당 81.05루블을 기록, 올해 들어 9% 하락세를 보였다.
홍콩 달러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거둬들인 영향으로 미국 달러당 7.8243 홍콩달러를 기록해 2007년 8월 이후 가장 약세를 보였다.
■유가하락, 축복 아닌 재앙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국제유가 하락은 축복이었다.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에만 미국인의 가처분소득이 5.5% 증가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이런 유가가 새해 들어서 21일까지 무려 28%나 추가로 떨어졌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도 웃지 못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할수록 증시는 몸살을 앓았다.
에너지 기업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면서 연일 세계 각국의 주요증시가 하락세를 나타내며 재앙으로 급변했다.
런던의 시장 조사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제섭 수석 연구원은 “2007~2008년 금융위기 때는 고유가가 부담이었지만 지금은 저유가를 걱정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 하락이 증시하락을 이끈 이유는 에너지 기업의 실적악화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과 실타래처럼 엮인 재투자의 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원유 팔려면 돈을 내라?” 세계경제 기현상 몸살
저성장, 저금리, 저유가까지 갖가지 경제 충격에 휩싸인 지구촌 곳곳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기현상들이 속출하고 있다. 유로존에서는 이자를 내고 예금을 맡기는 ‘마이너스 금리’가 충격을 줬고 미국에서는 오히려 돈을 받아야 기름을 사겠다는 ‘마이너스 유가’까지 등장했다.
아칸소주에 본사를 둔 정유사 ‘플린트힐스 리소시스’ 사는 최근 유황이 다량 포함된 저품질의 원유인 노스다코타산 중질유의 구매 가격으로 생산업자들에게 배럴당 ‘?0.5달러’를 제시해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즉, 생산업자들이 중질유를 생산해 자신들에게 팔려면 원유와 함께 배럴당 0.5달러씩을 내라는 의미다. 2년 전만 해도 노스다코타산 중질유는 배럴당 47.6달러에 거래됐다.
경제논리는 물론, 비즈니스 원리도 벗어난 이런 기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거래 및 물동량이 많아진 상황에서 저품질 원유의 운송을 위해 송유관을 내줄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가격이 처음은 아니다. 수년 전부터 디플레이션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유로존에서는 이미 마이너스 금리가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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