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대 출신의 마취과 의사인 헨리 비처(Henry Beecher)는 2차 세계대전 때 의무병으로 참전하였다. 전쟁터에서 많은 부상자들을 치료하던 중 강력한 진통제인 몰핀(morphine)이 부족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진통이 심한 부상자들에게 몰핀을 놔준다고 말하고 실제로는 생리 식염수를 주사하였다. 놀랍게도 상당수의 병사들에게서 ‘가짜약’인 생리 식염수를 통해 통증이 호전되는 현상을 보았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955년에 ‘강력한 위약’(Powerful Placebo)이라는 글을 발표하였다. 그는 실제 약효가 없는 ‘가짜’ 약이나 치료 방법으로도 35% 정도의 환자에서 실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그럼 이런 위약이 어떻게 치료 효과를 보는 것일까?위약 효과는 특히 통증 완화와의 연관성이 가장 많이 연구되었다.
위약 효과 연구자들은 위약을 통해 뇌에서 진통 효과를 발휘하는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가 늘어나고, 반면 통증을 느끼는 뇌의 부위의 활동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따라서 최근에는 이런 위약 효과를 일종의 기대 효과로 본다. 즉, 치료를 통해 좋아질 수 있다는 환자의 심리상태가 뇌에 영향을 미쳐 실질적인 치료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암 환자에서도 이런 위약 효과가 있을까?여러 연구들을 통해 위약이 암 환자의 통증, 오심(메스꺼움)과 식욕부진 완화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암의 크기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위약도 증상 호전에 대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통해 신약이 개발될 때에는 반드시 신약과 위약을 비교해서 신약이 위약에 비해 더 효과가 좋다는 것이 입증되는 과정을 거쳐야만 승인이 된다.
암 환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건강식품 보조제들의 경우는 이런 위약과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환자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증상의 호전들이 혹시 위약 효과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 마련이다.
흥미로운 현상은 위약 효과가 꼭 약을 통해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 및 의사에 대한 신뢰나 기대감 등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암 환자분들을 대할 때 가급적 명랑하고 밝게 하려고 노력한다. 목소리도 생동감 있게 하려고 하고 치료에 대해 자신감을 심어 주도록 한다. 바로 위약 효과 혹은 기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암 환자들의 심리적인 자신감이 실질적으로 항암제나 치료로 인한 부작용 및 합병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을 경험한다.
많은 경우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적극적인 환자일수록 더 잘 극복해 내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일부 환자분 중에는 자주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병원에 와서 의사를 만나야 마음이 편해지고 증상이 호전된다고 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주제에서 약간 벗어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요즘 미국 의대 입학시험(MCAT)이 과거의 과학에 치중하는 경향으로부터 벗어나서 사회학과 심리학을 대폭 포함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한다.
미래의 의사들이 과학을 통한 최신 의학기술만 할 줄 아는 과학자가 아니라 환자와의 관계에서 오는 위약 효과를 적절히 활용하는 의술을 펼 줄 알아야 가장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의 (213)38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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