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학위를 마치자 마자 여성학 혹은 관련과목 강의를 10여년 하면서 강의 첫 시간에 “페미니즘(Feminism: 여성주의)은 휴머니즘(Humanism: 인본주의)”이라고 강조하며 시작하였다. 처음 여성학이 한국사회에 싹틀 당시, 성 역할 정체성(Sex Role Identity)이 재정립되는 과정에서 ‘여성=남성’이라 생각하여 저항의 뜻을 담아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금기시했던 남성들의 행동을 모방하는 혼돈의 시대를 겪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 속에서 페미니즘이 등장한 것은, 역사 속에서 짓밟혀온 여성의 인권을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 첫 번째 목적이고, 그 다음 단계는 일그러진 휴머니즘의 또 다른 피해자인 남성의 인간성 회복을 통하여 남녀 모두 행복한 사회를 이루는 것이 페미니즘의 사명이었다. 그래서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철학이 아니라 남성까지 모두 포함한 휴머니즘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러한 넓은 의미의 인간성 회복의 차원에서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회복을 위해 다각적인 측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같은 생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내 삶 구석구석에 휴머니즘으로서의 페미니즘이 녹아있다. 특히 새로운 사회인을 양성하는 아이들 양육은 물론 가정생활 또한 이러한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흔히 남성중심적인 가부장제 사회에서 요구되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성 역할고정관념은 가족토론의 논제로 이용될 뿐이다. 아들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이루어내야 하므로 부모의 더 큰 관심과 기대를 받아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할 뿐만 아니라, 딸이므로 아들보다 관심과 기대를 덜 받거나 가사일에 더 관여하기를 기대하지 않으며 양육해 왔다. 미래에 대한 청사진 역시 한 인간으로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삶을 살기를 아들과 딸 모두에게 바라는 마음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부모-자녀관계에서도 부모라는 위치 때문에 무조건 권위에 복종하는 자녀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로에 대한 존중의식으로 이뤄진 관계이며, 남편과 나와의 관계도 남편이기에 더 큰 짐을 지어야 한다고 상정하지 않으며 능력위주에 따라 각자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며 사는 것이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을 뿐 거기에 특정 기준의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고 끼워 맞추려 하지 않는 것이 우리 집 삶의 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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