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대전 중 독일에서 유대인 대량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은 이를 과장이라 생각했다. 베토벤과 괴테, 칸트를배출한 문화 선진국인 독일이 그런만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일이 패망하고 강제 수용소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그래서 더욱 컸다.
1918년 제1차 대전이 독일의 패배로 끝난 후 독일 국민들은 엄청난 충격과 좌절에 빠졌다. 그전까지 독일정부는 국민들에게 승리를 장담하고있었고 아직도 100만의 독일군이 건재한 상황이었기에 갑작스런 항복은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 해 여름 연이은 패배로 독일군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고 전쟁 물자도 댈 수 없는 상태에서 미군이 시시각각 증원되자 항복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국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했다.
누군가가 배신의 칼을 등에 꽂았기때문에 독일이 졌다는 음모론이 팽배했고 그 주범으로 지목된 것이 유대인이다. 1929년 대공황이 터지면서 대량실업이 발생하자 금융권을 쥐고 있던유대인들은 더더욱 증오의 대상이 됐다. 대공황도 대량 실업도 유대인과는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배고픔과 불안에 지친 국민들은 희생양이 필요했다.
이런 대중의 심리를 파고든 것이 바로아돌프 히틀러다.
1920년대 초까지 미미한 숫자에 불과했던 나치당은 대공황 후 급격히 세력이 불어났지만 1932년 11월 선거에서도 전체 의석의 1/3밖에 얻지 못했다. 제1당이기는 했지만 2당인 사민당과 3당인 공산당 의석수를 합치면 나치보다 오히려 많았다. 그러나 독일의양대 실세인 군부와 재벌은 히틀러를밀었다. 사회주의자보다 히틀러를 통제하기가 더 쉽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히틀러는 총리가 된 후 전권을 장악, 2차 대전을 일으키고 600만의 유대인을 학살했다.
이도 놀랄 것이 없는 게 그는 집권하기 전 쓴 자서전 ‘나의 투쟁’에서 이미 유대인을 멸종시키고 러시아를 침공하겠다는 것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가 사망한 지 70년이 지나 바바리아 정부가 갖고 있던‘ 나의 투쟁’ 판권이 소멸되고 독일 내 출간이 다시 허용되면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지금 독일 걱정을 할 때가아니다. 대공황 직후 독일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미국에서 되풀이 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멕시코 밀입국자들은 “강간범‘이라고 몰아세우며 1,100만에 달하는 밀입국자들을모두 추방하고 회교도의 미 입국을아예 금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의 장애인 비하 발언은 ”장애인 같은약자는 멸종시키는 것이 인도적“이라는 히틀러의 냄새를 풍긴다. 그런 그에게 대불황에 지친 미국의 중하류층은열광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27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유대인 학살 기념일’이었다. 1945년러시아군이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를 해방한 날을 기억하기 위해 2005년부터 기념일로 지정됐다. 이 날을맞아 강제 수용소 생존자인 에바 슐로스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된다면 이는 끔찍한 재난이 될 것이다. 그는 인종 차별을 선동하며 또하나의 히틀러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86세로 런던에서 살고 있는에바는 ‘안네 프랑크의 일기’로 유명한 안네의 의붓 자매다. 안네와 친구 사이였던 에바 집안과 안네 집안은 모두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가족대부분이 죽고 살아남은 안네의 아버지와 에바의 어머니가 결혼하는바람에 의붓 자매가 됐다. 나치 독일과 강제 수용소의 실상을 생생히 경험한 그녀의 발언은 그래서 소홀히할 수 없다.
1787년 연방 헌법을 제정하고 나오는 벤저민 프랭클린에게 한 시민이 우리가 어떤 정부를 갖게 될 것인지에대해 묻자 그는 “공화국입니다. 여러분이 그것을 지킬 수 있다면”이라고답했다 한다. 민주주의와 공화국은 그것을 지킬 수 있는 국민만 누릴 수 있다. 지금 미국민은 과연 이를 지킬 자격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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