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에 글을 쓰게 되니 우리앙상블(클라리넷 합창단) 멤버들이 온통 내 글쓰기에 관심을 기울여주고 있다. 한 멤버는 다른 멤버집에 가서 수필집을 빌려다준다. 그리고 글쓰기가 대화의 주제로 떠올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아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우리의 로망이었듯이 글쓰기도 오랜 바람이었나 보다. 본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문학청년 같은 한 멤버도 역시 자신의 소중한 보물을 꺼내듯 부끄럽게 살포시 글쓰기에 관한 애정을 표현하신다.
이 순간 나는 기쁨과 미소를 한번에 경험했다. 시인 키츠는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이라 했다. 또 피천득 선생님은 ‘수필이 비단이라면 번쩍거리지 않는 바탕에 약간의 무늬가 있는 것이다.
그 무늬는 사람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한다”고 하셨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어떤 모임은 풍성한 것 같으나 돌아올 때는 텅빈 가슴을 안고 불편한 마음이 얼마간 머물다 가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 우리 앙상블 모임은 설레임과 에너지를 준다. 가끔은 삶이 바쁜 나머지 일주일간 악기를 한번도 열어보지 못한 채 참여할 때도 있지만, 보통 모임을 마치고 나면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우리는 보통 일주일에 한번 모인다. 연습하다가 입술에 피곤이 오면 잠깐 이야기 꽃동산을 피우기도 하고 서로 유익한 정보도 나누기도 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벌써 세 돌이 곧 다가온다.
이 모든 시간들이 우리에게는 놓치고 쉽지 않은 시간들이다. 혼자 배우기 미안하여 아내를 차근차근 가르치는 남편, 먼저 시작한 아내를 뒤따라 했지만 더 열심을 내는 남편, 60 살이 넘어 처음 악기를 시작하신 분, 악보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분, 이런 아름다운 마음들이 어우러져 함께 소리를 낸다.
클라리넷으로 화음을 맞추며 연주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자주 고백하신다. 이 즐거운 모임에 나의 마음은 벌써 따뜻함에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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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은씨는 애들 다 키워놓고 나이 오십 넘어 클라리넷 연주를 시작했다. 이후 클라리넷 합창단 WE(Wooree Ensemble)을 창단한 뒤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사는 간호학, 석사는 신학을 전공했다. 현재 파트타임 간호사로 일하며 성경 헬라어, 히브리어 강의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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