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나라를 떠나면 모두들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나도 그 흔한 사람들 중 한명인지도 모른다. 미군학생들에게 부채춤을 가르치겠다는 자체가 무모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전통춤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손동작을 감출 수 있고 단기간 배울 수 있다는 부채춤 장점에 자신감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외국인들이 한국춤을 춘다는 것만으로도 주목받을 일이지 않을까 싶었다. 해마다 새 학생들을 가르쳐 무대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 됐지만 “하면 된다”는 자세로 과감히 도전했다.
그렇게 시작한 한국어과 부채춤팀이 올해로 15년째 접어들었다. 그간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미국방외국어대학 행사뿐 아니라 지역사회 크고 작은 행사에도 참여했다. 처음에는 참으로 엉성했다. 마음만 앞설 뿐 능력이 부족했다. 어쩌면 열정과 소신으로 버티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2002년 첫해는 UCLA 한국문화팀 무용복을 대여해서 행사를 치뤘다. 한벌 대여가격이 40달러였던가? 30달러였던가? 사비로 무용복을 빌렸기 때문에 자꾸 가격을 깎다보니 정작 얼마를 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당시 김종훈 총영사님께서 나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장문의 편지를 보고 기꺼이 도와주셨다. 그때 마련한 부채춤 의상을 지금까지 입고 있다. 몇년 전 샌프란시스코 한국의 날 행사에 초청받아 갔을 때 학생들이 늘 같은 의상을 입고 공연을 하니 그 부채춤 의상이 미국방외국어대학 유니폼이냐고 물어보는 분도 있었다.
솔직히 10여년동안 같은 의상을 입는다는 건 좀 식상한 일이다. 무용 전공이 아닌 내가 해마다 더 좋은 공연을 펼치고 싶어서 음악을 새롭게 바꾸고 안무에 변화를 주며 힘들게 작업하지만 막상 같은 의상으로 무대에 오를 때면 뭔가 완성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그나마 공연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다르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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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케이트씨는 몬트레이 페닌슐라 칼리지에서 비즈니스 마케팅을 전공해 1989년 졸업했고 1985년부터 미국방대학에 근무해오고 있다. 파란눈의 학생들에게 부채춤을 2002년부터 가르치며 한류를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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