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단순한 목표 하나는 어떤 것이든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새해의 첫 달이 끝난 시점에서 천천히 지난 시간을 곱씹어 보니, 시작은 했지만 중간에 증발해버린 계획들이 있는가 하면 다행히 아직 꾸준히 하고 있는 것들이 있었다.
새로운 것을 습관으로 만들기까지 평균 66일이 걸린다고 하던데, 벌써 절반이나 왔구나 싶어 다시금 의욕이 차올랐다. 그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영화를 보는 습관이다. 안 보면 한국인이 아니라는 ‘응답하라 1988’ 드라마도 보지 않고, 콘텐츠 수출의 일등공신을 담당하고 있는 유명 예능프로그램에도 도무지 흥미가 가질 않던 나다.
그런 내가 지난 한 달 동안, 자그마치 스물한 개의 영화를 보았다. 퇴근하자마자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것이 이젠 자연스러운 일과가 되었다. 영화를 많이 봄으로써 얻는 이득이 무엇인지 따지기 전에, 나는 무엇인가가 벌써 습관화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운동, 공부 등 다른 계획들도 같은 방식으로 곧 내 삶에 자리잡을 것이라는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다. 영화는 그 자체로 누군가의 인생이다. 주인공이 실제 인물인지 가상 인물인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스토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사건에 대한 다른 사람의 시각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삶을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다. 내가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해리포터’ 시리즈는 스토리의 대부분이 허구지만 그 세계의 중심에는 뜨거운 사랑과 우정이 있다.
두 번째로 보게 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직장 상사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내게 좋은 지침서가 되어준 영화다.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사를 둔 여주인공은 무한 긍정과 순수한 열정으로 상사로부터 큰 신임을 얻어낸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 그 길에 나타날 수많은 어려움과 장애물에 대해서도 나는 책임을 질 의무가 있음을 상기시켜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길은 늘 열려있다는 것을, 모든 순간은 내 선택임을 나는 마음에 새겼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라는 영화는 방향 잃은 내 연애 가치관을 꽉 잡아준 영화다.
나를 포함한 많은 젊은 남녀들은 첫 데이트에 서로가 맞는 사람인지를 판단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 영화는 친구 같은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언제 타버릴지 모르는 불타는 감정보다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고 함께할수록 소중함이 진해지는 그런 안정된 관계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보이후드’라는 영화는 같은 주인공들이 12년에 걸쳐 만든 실험적인 영화다.
몇 번의 이혼과 재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모두가 겪어야 했던 진통들이 세 시간 안에 생생하게 담겨있다. 그리 평탄치만은 않았던 내 어린시절을 생각하니, 꿋꿋이 자기 역할을 하며 지금까지 서로를 이끌어준 가족들이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고맙다. 나는 영화를 통해 직장, 친구, 연인, 가족 등 내 삶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
각 장면에서 파생된 여러 생각들을 쫓으며 내 삶에 투영시키는 작업을 했다. 또한 주인공들이 내뱉은 근사한 말들을 몇 번씩 반복하며 뇌리에 깊이 새겼다. 다른 누군가의 인생, 그 속에 들어있는 가치관을 흡수하며 나는 조금씩 자기 확장(self-expansion)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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